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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박주영(29·왓포드)은 홍명보 감독의 품에 안겼다.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병역회피 논란에도 병풍을 자처하며 자신을 데려온 스승이었다. 올림픽 기간에도 좀처럼 활약을 하지 못했던 그는 동메달 신화의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비로소 보은했다. 사제의 진한 포옹은 그간의 마음 고생을 텀과 동시에 신뢰의 증표였다.
홍 감독은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던 런던올림픽 전의 다짐과 동색이었다. "많은 분들이 박주영에 대해 특별히 훈련 환경을 제공한게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어떤 선수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선수는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박주영에게 특별히 제공을 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박주영이기에 그런 지적을 하는 것 같다."
박주영의 기량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실력으로 이미 증명이 됐다. 지난 3월 6일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통렬한 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소속팀 부진과 경기감각 등 논란을 모두 잠재운 회심의 골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경험과 선수들을 한데 묶는 소통의 재주는 브라질에서도 분명 빛을 발할 무기다. 홍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량에 있는 선수들과 경기를 해야 한다. 경험을 배제시킬 수 없다. 대한민국 공격수 중에서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선수를 테스트해봤다. 박주영이 팀원과의 관계에서도 문제 없다고 판단해 선발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때마다 박주영은 결과로 화답했다. 이제는 박주영을 믿어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