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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람 '검은 유니폼' 해프닝 일단락, 승부 떠난 감동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4-23 08:58


◇포항 선수단과 부리람 선수단이 지난달 11일(한국시각) 태국 부리람의 아이모바일 스타디움에서 가진 2014년 ACL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마친 뒤 악수를 교환하고 있다. 부리람(태국)=사진공동취재단

부리람의 '검은 유니폼 착용'은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검은 유니폼을 착용하겠다던 계획은 무산됐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22일 "경기 전 매니저 미팅 결과, 포항이 기존 검붉은 홈 유니폼을 입고, 부리람은 흰색 원정 유니폼을 입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포항과 부리람은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치른다. 포항은 이미 16강행을 확정 지었고, 부리람은 반드시 포항을 잡아야 한다.

부리람 측은 당초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검은 유니폼을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카루나 친첩 부리람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웃으로서, 세월호 재앙으로 돌아가신 친구들 그리고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포항전에 검은 유니폼을 착용해 희생자에 애도의 뜻을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참사 직후부터 '한국을 위한 기도(Pray for South Korea)' 등 큰 응원을 보내준 태국 국민들의 마음에 부리람도 동참한 셈이다.

부리람의 뜻은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규정상 홈 팀의 유니폼 배색과 겹치는 색깔을 사용할 수 없다. 부리람이 검은 유니폼을 착용하게 되면, 포항의 검붉은 유니폼과 구분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경기 전 특별한 의식이나 행사를 위해선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부리람이 이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FC는 양 팀이 23일 경기 전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했다. 포항 구단 측은 "부리람이 16강행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상황임에도 우리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고, 감동을 받았다. 승부를 떠나 감사한 일"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다. 포항도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을 기탁하는 등 온정의 손길에 동참 중이다. 그러나 '검은 완장' 착용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희생자들도 있지만, 아직 실종자가 더 많다. 희망이 아직 남아 있는데 조의를 표하는 검은 완장을 차기는 시기상조 아닌가 싶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포항도 기적을 믿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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