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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감독 불명예 퇴진 예고된 수순, 성남 환골탈태 절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4-23 07:40



시민구단으로 큰 꿈을 안고 출발했던 성남FC가 창단 4개월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감독이 선수 폭행 논란으로 스스로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박종환 성남 감독은 22일 오전 선수 폭행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구단에 밝혔다. 박 감독은 "이번 일로 고통받았을 김성준 김남건을 비롯해 선수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거짓 해명과 선수 회유가 결국 '독'이 됐다는 평가다. 박 감독은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 경기 도중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때려 구단 조사를 받아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17일 '꿀밤설'로 논란을 덮으려했다. 박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분명 폭행이 아닌 꿀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단 진상조사 결과,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 박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구단은 일단 19일 부산 원정 경기에서 박 감독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그러나 사건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박 감독의 선수 회유 논란이 나왔다. 17일 발표한 구단의 공식 입장 중 '두 선수도 박 감독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이번 사건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구단은 논란이 커지자 수습을 위해 중징계를 고려했다. 경질과 3개월 출전정지+1000만원 벌금, 두 가지 징계안을 놓고 고심했다. 이어 22일 박 감독의 최종 징계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 결국 박 감독은 사퇴를 결심했다. 박 감독은 2006년 대구FC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8년 만에 프로 사령탑에 복귀했다.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지휘봉을 놓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예고된 수순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창단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선임되기 전에 감독 선임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감독 선임 과정도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의원 A씨의 개입설이 무성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단에는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태양'이 떠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대표이사와 베테랑 감독의 불편한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박 감독의 최종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단은 박 감독의 최종 징계를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성남시에서 징계에 대한 책임을 구단에 떠넘겼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성남 구단주인 이 시장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박 감독을 경질하기 어렵고, 경징계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성남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구단에서 결정해 구단주에게 보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남이 모범적인 시민구단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믿음없는 프런트와 선수단의 파워 게임, 성남시의 뒷짐 행정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될 것이다. 결국 희생양은 성남 팬들이다.

후임 사령탑 선임 과정은 달라진 성남을 보여줄 수 있는 반전 열쇠가 될 것이다. 학연, 지연을 벗어난 감독 선임과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팬들에게 재평가받을 수 있다. 현재 후임 감독으로는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전 성남 감독이 하마평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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