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손연재의 '인기'에 놀라고 '수준' '열정'에 놀라고

손연재가 페사로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러시아대표팀 동료들이 손연재를 응원하고 있다. 페사로(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세 번 놀랐다. 13일 막을 내린 이탈리아 페사로 리듬체조 월드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리듬체조의 인기에 놀랐다. 페사로는 인구수 9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그럼에도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가 열린 아드리아틱 아레나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1만석의 경기장 중 개방했던 6000여석이 가득 들어찼다. 도시 전체 인구의 6%가 왔다. 물론 이탈리아가 단체전의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탈리아는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 그와 관계없이 관중들 대부분이 리듬체조를 사랑하는 열혈팬들이었다.

두번째, 대회의 높은 수준에 놀랐다. 이번 대회에는 리스본월드컵과 다르게 세계 상위랭커들이 대거 참가했다. 세계랭킹 1, 2위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 우크라이나의 에이스 안나 리자트디노바 등 강호들이 총출동했다. 쿠드랍체바가 개인종합 우승에 이어 종목별 결선에서도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해 5관왕에 올랐다. 손연재는 월드컵 8대회 연속 메달행진을 이어갔다. 곤봉에서 깜찍한 연기를 선보이며 은메달을 따냈고, 실수가 잦았던 볼에서 침착한 연기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후프과 곤봉 2종목에선 또다시 '에이스의 점수' 18점대를 찍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란 것은 손연재의 인기였다. 동양에서 온 '요정' 손연재를 향한 이탈리아 현지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손연재가 소개될 때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연기를 선보일 때는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손연재를 응원했다. 특히 곤봉 연기는 압권이었다. 이탈리아 가수 파트리지오 부안느의 국민가곡 '루나 메조 마레(바다위에 뜬 달)'에 맞춰 손연재가 곤봉을 머리에 인 채 깜찍한 댄스 스텝을 선보이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한 관중은 "최근 몇년새 손연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 노래에 맞춰 연기를 펼치는 게 정말 귀엽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이탈리아 가수가 부른 곡이라 관중들이 더욱 좋아한 것 같다. 신나는 음악이라 나도 함께 즐겼다"고 했다.

손연재가 페사로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시상식에서 손연재가 손을 흔들면서 기뻐하고 있다. 페사로(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관중들만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손연재를 좋아했다. 경기 전 연습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갈 때면 주니어 선수들이 손연재에게 다가와 사인과 함께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연재, 우리는 너를 사랑해(YEON JAE, WE LOVE YOU)'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손연재를 응원나온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손연재는 "3년전부터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페사로(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