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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이었다.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한다."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특유의 넋두리도 잃었다.
로테이션의 희망
변화는 늘 두렵다. 새롭게 꺼내든 스리백과 포백의 재등장,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제주전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런, 저런 방법에도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인 심상민과 대전에서 이적한 이웅희, '미완의 대기' 박희성이 올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주장 김진규와 베테랑 김치우, 서울의 희망 윤일록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업그레이된 위기관리능력
그라운드는 생물이다. 상대의 시스템에 전술은 시시각각 변모한다. 벤치의 사령탑이 키를 쥐고 있다. 상대의 플레이에 따른 작전 지시는 승패와 직결된다. 제주전에서 눈에 띈 변화는 최 감독의 업그레이된 위기관리능력이었다. 고명진 강승조 오스마르가 포진한 중원은 팔색조 매력을 발산했다. 시작은 역삼각형이었다. 고명진과 강승조 아래에 오스마르가 포진했다. 제주가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윤빛가람과 드로겟을 제외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고명진에게 프리롤 역할을 줬다. 좌우측면으로 재배치했다. 후반에는 오스마르가 공격형, 강승조가 수비형에 위치하며 또 한번 변화를 선택했다.최 감독의 생각대로 판이 움직였다. 특별한 기분이었다.
믿음 그리고 화답
사연이 있었다. 최 감독은 경기 전 공격을 책임질 고요한 박희성 에스쿠데로를 별도로 불렀다. 고요한과 에스쿠데로를 향해 "너희 둘 중 한 명이 헤딩골을 넣는다"고 했다. 에스쿠데로는 1m71, 고요한은 1m70의 단신이다. 헤딩골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변칙 몸부림이었다. 현실이 됐다. 첫 골이 고요한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헤딩골을 넣은 후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최 감독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조부상을 비밀에 부친 윤일록의 골도 아픈 사연이 있었다. 지난주 할아버지가 하늘 나라로 떠났다. 그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최 감독을 포함해 몇몇에게만 귀띔했다. 그는 21일 하루 휴가를 얻어 빈소가 차려진 전남 나주로 날아가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한 후 22일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팀이 힘들었는데 골로 보답해 기뻤다. 할아버지가 오늘 큰 선물을 준 것 같아 다른 골에 비해 더 기뻤다."
선수단이 하나가 됐다. 서울은 29일 울산에서 K-리그 클래식 5라운드를 치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