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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남전 승리가 값진 2가지 이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3-25 07:37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22일 홈에서 성남을 1대0으로 꺾었다. 홈 첫승과 동시에 전남전(2대1)에 이은 2연승이다. 제주는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순위보다 더 값진 성남전 승리의 2가지 의미가 있다.

점점 맞아가는 '오케스트라 화음'

제주는 올겨울 폭풍영입에 성공했다. 황일수 허범산 김수범 정다훤 등 알토란 같은 국내선수들과 에스티벤, 드로겟, 알렉스 등 검증받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전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박경훈 감독 스스로 "만족스러운 겨울을 보냈다. 나 역시 기대되는 올시즌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조직력이었다. 박 감독은 올시즌을 준비하며 '오케스트라 축구'를 꺼냈다. 11명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의 구상과 달리 선수들끼리 발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에서 1차례 연습경기를 하는데 그쳤다. 제주로 돌아와 연습경기를 추진했지만, 상대 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박 감독이 구상한 전술을 실전에서 많이 점검하지 못했다. 결국 제주는 완벽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즌 개막을 맞았다. 박 감독은 "초반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시점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했다. 성남전 전반전에서 조화를 강조한 '오케스트라 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침투와 패스의 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후반전 다소 조직력이 흐트러졌지만, 갈수록 경기내용과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깨버린 '홈징크스'

제주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그만큼 제주는 홈에서 극강이었다. 원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홈에서는 K-리그 클래식 유일의 섬팀 잇점을 톡톡히 누렸다. 상대팀들은 제주도의 다른 기후, 풍토 등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제주가 그간 K-리그 상위권을 유지한 것은 안정된 홈성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시즌 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방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았다. 홈 7경기 무승행진의 늪에 빠지는 등 부진한 경기가 반복되며 그룹B로 추락했다. 제주가 지난시즌 홈에서 7승6무6패에 그쳤다. '홈징크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수원과의 올시즌 홈개막전에서도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내내 수원을 밀어붙였지만, 자책골로 무너졌다. 지난시즌까지 포함한다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3연패에 빠졌다. 올시즌 제주는 부활을 노리고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안정된 홈 성적은 필수다. 예전의 '안방 호랑이' 이미지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성남전 승리는 최근의 홈 부진을 끊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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