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자책골'에도 씩씩한 이 용 "잘하려다 그런건데요 뭐"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3-18 15:00 | 최종수정 2014-03-19 07:22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잘하려다 그런건데요. 뭐~"

이 용(25·제주)은 씩씩했다. 오히려 조심스러웠던 기자가 머쓱해졌다. 지난 라운드 화제의 인물은 단연 이 용이었다. 이 용은 16일 전남과의 경기(2대1 제주 승)에서 자책골을 기록했다. 9일 수원전(0대1 제주 패)에 이어 두경기 연속 자책골이었다. 2011년 4월 경남 이용기에 이어 K-리그 통산 두번째 진기록이었다.

골을 막아야 할 수비수에게 자책골은 악몽이다. 잘나가다 자책골을 기록한 뒤 심리적으로 흔들려 무너진 선수도 있다. 박경훈 감독 역시 이를 걱정했다. 박 감독은 전남전 후 "이 용과 면담을 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켜줄 생각이다. 한경기를 쉬게 해줄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이미 이 용은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는 "이제 아무렇지 않다. 전남전에서도 졌으면 위축됐겠지만, 좋은 경기를 하고 이겼다. 시무룩해 있으면 프로다운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자책골은 막으려다가 운없게 들어가는 것이다. 수비수라면 이겨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료들이 힘을 줬다. 고개를 숙일 틈도 주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용의 손을 잡아줬다. 이 용은 "다들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수원전에 이어 전남전에서 또 자책골이 들어가자 에스티벤이 다가오더니 옆에서 웃더라. 나도 웃었다. 선수들이 먼저 와서 괜찮다고 해주니까 추가골만은 내주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이어 "전남전 끝나고 라커룸 갔더니 득점 선두라고 놀리더라"고 웃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는 2골을 기록 중이다. 박 감독도 자책골을 빼고 좋은 경기를 펼친 이 용에 엄지를 치켜올리며 기를 살려줬다.

이 용은 원래 '쿨'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10월 강원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책골을 기록했을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다 했다. 이 용은 "피할 이유가 없다. 이 관심을 실력으로 이어나가면 된다"고 했다. 다만 가족은 다르다. 아버지는 지난 6개월 사이에 3번의 자책골을 기록한 아들이 걱정됐다. 이 용은 "아버지가 전남전이 끝나고 전화를 하셨다. '굿이라도 해야하는게 아니냐'고 걱정하시더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걱정하시지 말라고 다독여 들였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 용은 흔들리지 않고 제주의 선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시즌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성적이 안좋아서 미안했다. 특히 수비가 성적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내 책임 같았다. 그래서 동계훈련에서 더욱 이를 물었다"며 "이번 경험 역시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고개 숙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제주 수비를 지키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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