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아시안컵 톱시드 제외, 상처 뿐일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3-18 16:08 | 최종수정 2014-03-19 07:22



홍명보호의 당면 과제는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한국 축구는 4년 전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홍명보호는 그 이상을 꿈꾸고 있다.

월드컵이 전부가 아니다. 브라질 여정이 끝나도 축구는 계속된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1월 4~26일·이하 한국시각)이 기다리고 있다. 밑그림이 공개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조추첨에 앞서 17일 톱시드를 공개했다.

한국이 탈락했다. 이변이다. '충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AFC는 월드컵 조추첨과 마찬가지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아시안컵 포트를 배정했다. FIFA 랭킹 60위인 한국은 AFC 가맹국 가운데 4번째다. 이란(42위), 일본(48위), 우즈베키스탄(55위), 그 다음이다. 호주는 63위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배정받아 한국은 2번 포트로 밀렸다. 이유는 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배점이 높은 아시안컵 예선을 거치면서 랭킹을 끌어올렸다. 반면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1~3위를 차지한 일본, 호주, 한국은 본선에 직행했다. FIFA 랭킹을 신경쓰지 않고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다. 친선경기의 경우 랭킹 배점도 높지 않다.

호주, 이란, 일본, 우즈베키스탄이 톱시드를 받은 가운데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2번 포트에 위치했다. 3번 포트에는 오만, 중국, 카타르, 이라크, 4번 포트에는 바레인, 쿠웨이트, 북한, 2014년 챌린지컵 우승팀이 포진했다.

1956년과 1960년 두 차례 아시안컵을 제패한 한국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반세기가 훌쩍 흘렀다. 그래도 우승후보라는 데는 여전히 이견이 없다. 한국은 2007년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톱시드 탈락으로 자존심이 긁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처보다는 기회일 수 있다. 입장은 동색이다. 한국이 2번 포트로 떨어지면서 톱시드의 팀들도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과 한 조에 속하면 그야말로 죽음의 조가 될 수 있다.

최상, 최악의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16개팀이 참가하는 아시안컵에선 각조 1, 2위가 8강에 오른다.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2부 격인 챌린지컵 우승팀과 한 조에 묶이면 최상이다. 반면 일본이나 호주, 이라크, 북한과 함께 조별리그를 치르는 여정은 최악이다. 한국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호주, 바레인, 인도와 함께 C조에 위치했다.

그러나 다른 관점도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해 드러났지만 각 국간의 기량차가 크지 않다. 어려운 상대도, 쉬운 상대도 없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패전의 멍에를 안을 수 있다. 어차피 넘어야 할 벽이라면 포트 배정은 중요하지 않다.

홍명보호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아시안컵에는 시즌 중인 유럽파도 차출할 수 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두려움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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