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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인 울산의 이 용(28)이 아니다. 제주에도 이 용(25)이 있다. 중앙수비수다. 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수원과의 개막전에 이어 16일 전남전에서 2경기 연속 자책골을 기록했다. 흔치 않는 여정이다. 다행히 후반 32분 드로겟이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이 용과 제주를 함께 구했다.
전반 초반 양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전반 17분 문전 혼전 양상속에 제주의 선제골이 터졌다. 드로겟의 코너킥 직후 공중볼 다툼끝에 정다훤이 회심의 헤딩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올시즌 제주 유니폼을 갈아입은 수비수 정다훤이 시즌 1호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 20분 제주에 불운이 찾아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스테보의 헤딩슛이 제주 수비수 이 용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었다. 이 용은 수원전(0대1 패)에 이어 2연속 자책골을 기록하는 쓰라린 불운을 맛봤다. 2011년 4월 경남 이용기에 이어 K-리그 통산 두번째 진기록이다. 스테보가 서포터들을 향해 질주하며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광양전용구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반전은 또 있었다. 이 용을 구한 건 90분 내내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던 '드로언니' 드로겟과 '황볼트' 황일수였다. 후반 32분 황일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려준 질풍같은 크로스를 드로겟이 반박자 빠른 헤딩슈팅으로 마무리했다. 2대1 승리였다. 2경기 연속 승점 3점을 날릴 뻔한, 이 용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직후 박경훈 제주 감독은 2경기 연속 불운의 자책골을 기록한 이 용을 보듬었다. "언제든지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다. 실점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스테보도 잘 막아줬고, 홈경기 수원전에서도 훌륭하게 잘해줬다. 아쉬움이 있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뛸 수 있길 바란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바란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