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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가 중요했다.
데얀과 하대성이 중국으로 이적했고, 이날 눈물의 공식 은퇴식을 가진 아디는 코치로 보직을 변경했다. 새 둥지를 찾지 못한 몰리나는 설상가상 무릎을 다쳐 재활치료 중이다. 데얀의 대체자로 새롭게 영입한 브라질 출신 하파엘은 허공을 맴돌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상대가 우리보다 대비를 더 잘했고,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많았다. 홈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었지만 부족한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늘 패배가 좋은 보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가 올 것 같기도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한다. 지난해의 8경기 만의 첫 승은 서울로서는 치욕적이었다.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 팀은 좋아질 것이다. 오늘 한 경기 평가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위기와 보약의 경계선에 선 서울, 가장 큰 문제는 뭘까. 역시 전문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데얀의 공백이 가장 진하다. 볼점유율 높은 공격 전개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에서 투톱으로 변신한 윤일록과 에스쿠데로 조합은 한계가 있었다. 윤일록은 1m78, 에스쿠데로는 1m71이다. 공중볼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둘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킬패스로 활로를 뚫어야 하지만 섬세함은 떨어졌다. 최전방에서의 수적 열세로 인한 고립도 문제였다. 지나치게 인색한 슈팅도 화근이었다. 전반 슈팅수는 전남이 7, 서울이 2였다. 후반 14분 페널티킥 실점 이후 슈팅수가 늘어났지만 '서울극장'은 연출되지 않았다. 파괴력이 예전만 못했다.
보약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 따른 전력 재편이 절실하다. 공중볼 장악 능력이 뛰어난 1m86의 스트라이커 김현성의 적극적인 활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3-5-2와 3-4-3, 경기 양상에 따라 변화무쌍한 카드로 변신, 또 변신을 해야 한다.
서울은 올해가 위기이자 재도약의 기회다. 분명 지난해의 서울은 아니다. 구름 위를 거닐고 있는 선수들도 현실을 인정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쉽게 볼 상대는 단 한 팀도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