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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보러 왔어예? 마 보니까 오늘 재미지겠던데요. 할배들이 맞대결을 펼치다면서요. 기자 양반, 거 누가 이길 꺼 같응교?"
경기 시작 전 양 감독은 '노련미'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다만 서로의 스타일은 달랐다. 이 감독은 '조곤조곤'했다. 목소리도 작았다. 알아듣기 힘들 수준이었다. 겨우 "긴장 안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데이. 그게 잘 안되네예"라며 입을 뗐다. 그래도 할 말은 다했다. 박 감독을 은근슬쩍 걸고 넘어졌다. "박 쌤(박종환 감독) 덕분에 내가 최고령 감독도 면했네예. 정말 감사합니다."
반면 박 감독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목소리부터 카랑카랑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기자들이) 떼로 몰려왔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긴장감을 묻자 "그런 거 없다"면서 단칼에 잘랐다. 사전 인터뷰 공기가 살짝 머쓱해지자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신 없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라며 전제한 뒤 "우리 팀에 너무 시간이 없었어. 실질적으로 베스트 11으로 훈련한 것은 10일 밖에 안됐어"라고 엄살을 부렸다. 취재진을 들었다놓았다했다.
90분 뒤 양 감독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박 감독은 다소 무거운 얼굴로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패장의 신분이었다. 성남은 후반 43분 경남의 루크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졌다. 박 감독은 "첫 경기여서 그런지 선수들 부담을 많이 가졌다. 선수들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몸이 덜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 하는 것의 60~7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짧은 기간에 했던 전술이어서 그런지 잘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하는데 주눅든 것 같다"고 했다. 서울과의 홈개막전(3월 15일)에 대해 "자신있다"고 말한 박 감독은 인터뷰가 짧게 끝나자 "물어볼 말이 뭐가 있겠나. 다음에 잘 하겠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반면 승장 이 감독은 싱글벙글이었다.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한 이 감독은 "19년만에 프로팀으로 돌아오니 긴장을 안할 수가 없었다. 경기가 치열해지니까 서 있는 것이 낫겠더라"고 말했다. 우주성 등 젊은 선수들을 칭찬한 이 감독은 "김영광과 조원희가 우리 팀에 와서 큰 힘이 됐다"고 극찬했다. 이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복귀한 뒤 일주일 후에 박 감독이 오셔서 한 시름 놓았다. 그런데 첫 경기까지 우리가 이겨서 (박 감독에게)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창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