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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45분이었다.
2년 4개월 만의 A매치 골이었다.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것은 2011년 11월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이었다. 논란의 마침표였다.
먼 길을 돌아왔다. '축구 천재'의 지난 4년은 파란만장했다.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수렁에서 탈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롭게 둥지를 튼 아스널은 족쇄였고,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그의 이름 석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박주영은 왓포드에서 여전히 '백업의 그늘'에 있었다. 출전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그리스전이 중요했다.
골 뿐이 아니었다. 홍명보호 전술에 최적화된 원톱이었다. 질이 달랐다.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더 예리했다. 좌우와 중앙을 넘나들었다. 미드필드까지 진출해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공간을 창출하고, 공격 이음새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전반 7분 이청용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준 것은 압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월드컵에 대한 열망이 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거울이다.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대4 패), 전반 17분이었다.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 한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어이가 없는 듯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홍 감독은 단 한 순간도 박주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박주영도 배수진을 쳤다. 둘의 반전 드라마는 전반 45분으로 충분했다. 박주영 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