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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영화같은 45분', 홍명보 감독 '회심의 미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3-06 07:26


◇박주영이 6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왼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그리스)=ⓒAFPBBNews = News1

영화같은 45분이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박주영(29·왓포드)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일(이하 한국시각)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 화제의 중심이었다.

클래스는 여전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전반 18분이었다. 손흥민의 로빙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화답, 골망을 흔들었다. 13개월 만에 선 A매치였다. 간극은 느껴지지 않았다.

2년 4개월 만의 A매치 골이었다.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것은 2011년 11월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이었다. 논란의 마침표였다.

먼 길을 돌아왔다. '축구 천재'의 지난 4년은 파란만장했다.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수렁에서 탈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롭게 둥지를 튼 아스널은 족쇄였고,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그의 이름 석자는 사라졌다.

박주영과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을 함께한 홍명보 감독도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최후통첩이었다. 아스널에서 계속해서 밴치를 지킬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주영이 움직였다. 1월 겨울이적시장이 문이 닫기기 전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임대됐다. 홍 감독의 선택은 '전격 발탁'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왓포드에서 여전히 '백업의 그늘'에 있었다. 출전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그리스전이 중요했다.

골 뿐이 아니었다. 홍명보호 전술에 최적화된 원톱이었다. 질이 달랐다.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더 예리했다. 좌우와 중앙을 넘나들었다. 미드필드까지 진출해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공간을 창출하고, 공격 이음새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전반 7분 이청용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준 것은 압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월드컵에 대한 열망이 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거울이다.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대4 패), 전반 17분이었다.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 한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어이가 없는 듯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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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보다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벼랑 끝에 선 그의 출사표였다. 닷새 후 대반전이 있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2 무)이었다. 후반 4분 드디어 골망이 출렁였다. 그는 전매특허인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짜릿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홍 감독은 단 한 순간도 박주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박주영도 배수진을 쳤다. 둘의 반전 드라마는 전반 45분으로 충분했다. 박주영 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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