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400일만의 골이 의미있는 이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2-09 15:34


이청용이 400일만에 영국 무대에서 골을 기록했다. 본인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점, 홍명보호의 에이스로 가치를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청용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TOPIC/Splash News

이청용(25·볼턴)은 한국축구의 에이스다.

사실상 대표팀 복귀가 물건너간 박지성(PSV에인트호벤)의 역할을 해야해줘야 하는 선수가 이청용이다. 클래스는 여전하다.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 있지만 실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급이다. 지난달 26일 EPL 소속의 카디프시티와의 일전에서 이를 증명했다. EPL 선수들을 상대로도 그의 기량은 밀리지 않았다. 경기를 지배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에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바로 골이다. 그는 정규리그 전 경기(29경기)에 출전했다. 볼턴 선수 중 유일하다. 공격의 윤활유다.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는 기본이다.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운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그러나 득점은 여전히 '0'이었다. 지독한 골가뭄이었다. 물론 이청용은 전문 골잡이가 아니다. 골보다 어시스트를 즐긴다. 그는 올시즌 4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해도 필요할때 한 방을 터트려줘야 한다. 볼턴은 이청용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이적료가 만만치 않다. EPL 클럽들이 매 이적시장마다 이청용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거액의 이적료 지불을 꺼리는 이유도 바로 결정력에 있다.

이청용이 마침내 400일간의 긴 잠에서 깨어났다. 이청용은 9일(한국시각) 영국 볼턴 리복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본머스와의 2013~2014시즌 챔피언십 30라운드에서 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청용은 마크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본머스의 골문 왼쪽 상단을 갈랐다. 올시즌 마수걸이 골이자 지난 2013년 1월 6일 FA컵 선덜랜드와의 경기 이후에 터뜨린 첫 골이다. 하지만 볼턴은 2대2로 비기며 19위에 머물렀다.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골이다. 일단 지독한 골가뭄에서 벗어났다. 축구는 흐름의 게임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중요하다. 골 기운은 막힐때는 어떤 방법을 써도 뚫리지 않을때가 있지만, 한번 뚫리면 연속골도 가능하다. 볼턴은 올시즌에도 승격이 쉽지 않다. 이청용 입장에서는 EPL 복귀를 위해서 남은 기간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홍명보호는 국내파와 J-리거들로 나선 브라질-미국전지훈련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럽파들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구자철(마인츠) 기성용(선덜랜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이 골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홍명보호 유럽파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이청용이다. 이번 골로 존재 가치를 확실히 했다. 이청용은 지난 11월 스위스전에서 1242일만의 A매치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 골로 3월 있을 그리스전과 본선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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