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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쏟아놓은 말들이 무성하다. 현재로선 은퇴 번복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문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다. 한국 축구는 과도기에 있다. 4년전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2002년 한-일월드컵 세대와의 신구 조화가 절묘했다. 박지성(당시 29)이 주장 완장을 찬 가운데 이운재(당시 37) 안정환(당시 34) 김남일(당시 33) 등이 벤치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청용(26·볼턴) 기성용(25·선덜랜드) 등이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 패기와 관록이 합쳐져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브라질월드컵은 전환기다. 세대 교체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로 2002년 세대는 없다. 주축 선수들이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22·레버쿠젠)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광저우 헝다) 등 22~26세다.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큰 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경험이다. 연령 제한이 있는 올림픽과는 또 다르다. 지구촌 최고의 선수들이 월드컵을 누빈다. 젊은 선수들은 한 순간의 파고에 무너질 수 있다. 분위기를 다잡을 구심점이 절실하다. 그래서 박지성이다. 2002년 막내로 월드컵에 첫 출전한 그는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그의 이름 석자가 갖는 의미 또한 진중하다. 유럽파와 국내파는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 세대교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대도 박지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 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61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홍 감독이 8일 박지성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선언하자 그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홍 감독이 길을 열어줬다. 후배들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쓸 무대가 마련됐다. 브라질에서 불꽃을 태우는 것이 팬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 수 있다. 유종의 미다.
박지성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바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