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1골 1도움' 영 덕분에 웃었지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2-19 09:24 | 최종수정 2013-12-19 10:48


ⓒ 맨유 공식 페이스북 캡처

어느덧 3연승이다. 지난 주중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A조 6차전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잡고 3경기 연속 무승(1무 2패) 고리를 끊었다. 주말 애스턴빌라전에서는 시원한 골 잔치로 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19일 새벽 4시 45분(한국시각) 영국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캐피탈원컵 8강전에서 0-2로 승리하며 4강에도 올랐다. 그럼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에는 "아니요, 아직은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대답이 적절해 보인다.

악천후로 전반전 경기가 10분 정도 중단됐을 만큼 플레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의미 없는 공방전이 이어지던 후반 17분, 치차리토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영의 발끝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임팩트가 제대로 걸린 슈팅은 순식간에 상대 골키퍼를 지나 선제골로 연결됐다. 묵직한 골이 전부가 아니었다. 15분 뒤인 후반 32분에는 측면에서 볼을 잡아 상대 수비 두 명을 끌어냈고, 부지런히 오버래핑에 가담하던 에브라에게 연결해 팀 두 번째 골을 도왔다. 강정 대신 '영'이 기가 막힌 경기였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오늘 승리로 맨유는 챔스 16강에 캐피탈원컵 4강 진출까지 보탰으나, 아직은 위기설 잠재우기 수준이다. 같은 멤버로 퍼거슨 체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던 모예스는 부상에 치이고 또 치였다. 캐릭, 반페르시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루니까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예스 감독이 "크리스마스를 지나면 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것을 보아 공백은 길지 않아 보이지만, 다음 시즌 챔스권 진입을 위해 승점을 모조리 쓸어 담아야 할 박싱데이가 코앞이라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루니마저 빠진 문제는 여과 없이 드러났다. 상대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 사이 공간에서 볼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던 것. 원투패스나 측면으로 벌리는 패스, 혹은 본인이 직접 볼을 잡고 돌아 다음 장면을 만드는 플레이가 나올 수 없었다. 필존스의 지원을 받아 부지런히 앞뒤를 오간 안데르손-클레버리는 웰백과의 합이 어긋났다. 영이 중앙 쪽으로 많이 들어와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선제골도 뽑아냈지만, 그 외 전방 플레이메이킹을 믿고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또, 웰백 홀로 모든 짐을 짊어지기엔 버거운 게 사실이고, 치차리토도 엄청난 변화까지 불러오기는 어려웠다.

기준으로 잡고 볼을 투입할 동료가 없을 때, 맨유는 전진하는 법을 잊은 듯했다. 악천후를 감안하더라도 부정확한 패스와 정적인 움직임은 아쉬움이 컸다. 여기저기에 관여해 부분 전술을 만들어줄 선수가 없다 보니 측면을 거치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됐는데, 크로스의 질이 낮아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무척이나 높았다. 1월 휴식기 전까지 웨스트햄-헐시티-노리치-토트넘-스완지(FA컵)-스완지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맨유는 승점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공격 블록 형성에 실패해 패스가 지속적으로 흐르지 못한다면 장밋빛 미래도 없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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