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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현장스케치]선덜랜드-첼시 명암 바꾼 기성용의 결승골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12-18 16:38 | 최종수정 2013-12-19 07:33


사진캡처=스카이스포츠

기성용(24·선덜랜드)이 '도서관' 같이 조용하던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정적을 깼다. 승부를 결정지은 그의 '한 방'에 선덜랜드 홈 구장이 들썩거렸다.

선덜랜드가 18일(한국시각) 열린 캐피탈원컵(리그컵) 8강전에서 첼시에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8분 교체 출격한 기성용은 1-1로 맞선 연장 후반 13분 통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거함' 첼시를 침몰시켰다. 선덜랜드는 1999년 이후로 14년만에 리그컵 4강에 안착했다.

기성용의 결승골은 선덜랜드와 첼시 서포터스의 명암마저 바꿔 놓았다. 400여명의 첼시 원정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열정적으로 응원을 퍼부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하위인 선덜랜드의 경기력에 팬들은 이미 기대를 저버린 듯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팀의 상반된 분위기는 응원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첼시 서포터스는 'You are in library, really quiet!(도서관처럼 너무 조용하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선덜랜드 팬들을 조롱했다. 홈경기임에도 관중석을 채우지 못한 선덜랜드 팬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선덜랜드 팬들은 상대인 첼시를 버거워했다. 후반 43분 공격수 보리니가 동점골을 넣는 순간과 연장 전·후반이 끝나갈 무렵까지도 간간이 소규모 응원만을 펼쳤다. 심지어 연장 후반 종료를 앞두고는 미리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도 목격됐다.


기성용의 결승골 이후 조용해진 첼시 응원단. 선덜랜드=김장한 통신원
분위기는 일순간에 역전됐다. 기성용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이 터졌다. 자리에 앉아있던 선덜랜드 팬들이 관중석을 박차고 나가 펜스까지 몰려 들어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반면 콧대 높던 첼시 서포터스석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 타깃이 바뀌었다. 선덜랜드 팬들을 조롱을 하던 목소리는 첼시 선수들을 향한 야유로 바뀌었다. 특히 후반에 교체 투입된 첼시의 뎀바 바와 에시앙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자 '욕설'을 해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기성용의 결승골로 선덜랜드 선수들과 팬은 모두 하나가 됐다. 기성용은 득점에 성공한 뒤 코너 플래그로 향해 뛰었다. 유니폼 상의를 탈의해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선덜랜드의 모든 선수들과 함께 포옹을 하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이라이트는 그 이후였다. 기성용이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치켜 들며 기도를 하자 선덜랜드의 팬들이 "Ki, Ki, Ki"를 외치며 환호했다.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후 선덜랜드 팬들의 입에서 "Ki"가 쏟아져 나왔다. 15년째 선덜랜드를 응원하고 있다는 키에른씨(26)는 한국 취재진에게 엄지를 치켜 세우며 "기성용 같은 좋은 선수를 보내줘서 고맙다"라며 활짝 웃었다. 또 다른 팬인 제이슨씨(48)는 "키(기성용)는 정말 멋진 선수다. 선덜랜드로 완적 이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의 보호 속에 경기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첼시 팬들. 선덜랜드=김장한 통신원
'도서관' 같은 분위기의 경기장에서 역전패를 허용한 첼시 팬들은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조용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도 투입됐다. 첼시 팬들은 경기장부터 기차역까지 도보로 10여분 거리를 40~50명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했다. 120분만에 엇갈린 선덜랜드-첼시 팬들의 표정, 그 중심에 기성용의 '한 방'이 있었다.

선덜랜드(영국)=김장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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