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14개 구단 운영 성적표]10개 구단이 F, 최고도 겨우 C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2-10 08:02



위기다.

내부적으로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몸부림은 미진하다.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돼 모두가 하향 평준화의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젖줄이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는 바닥이다. 월드컵 때만 반짝하는 축구 인기는 K-리그로 연결되지 않는다. 미래의 빛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2013년 K-리그가 강원FC와 상주 상무의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스포츠조선은 지난해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K-리그 16개 구단(올해 2개팀 2부 강등)의 운영 능력을 평가, 1위부터 16위까지 줄을 세웠다. 올해 중간 점검에 이어 다시 최종 평가를 실시했다.

스포츠조선 축구전문기자 9명이 클래식 14개 구단의 올시즌 운영 성적표를 매겼다. 전문가 5명(이용수 세종대 교수, 신문선 명지대 교수, 한준희 KBS 해설위원,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박문성 SBS 해설위원)의 평가도 반영했다. 중간평가에선 개막 전 목표 순위와 현재의 위치를 평가한 목표성취도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구단 PR 및 마케팅 능력 등 경기력과 행정력을 다면 평가했다. 최종 평가에선 항목을 세분화 해 두 배로 늘렸다. 목표성취도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페어플레이 연고지 밀착도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 홍보 파워 팬서비스 등 마케팅 역량 유소년시스템 전문가 평점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종합 평가했다. 항목당 10점 만점으로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성적표는 참담했다. 14개 구단 중 10개 구단이 낙제점인 F학점이었다. 지난해 우승컵을 품에 안은 FC서울은 총점에서 압도적인 평가로 1위(92.7점)를 차지했다. 학점으로 환산하면 A학점이었다. 서울은 올해 1위를 유지했지만 총점은 72.3점, C학점에 불과했다. 최고 구단이 가까스로 C학점에 턱걸이 한 것은 암울한 K-리그의 현주소다.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과 정규리그 4위 등 팀 성적에선 감점이 크지 않았지만 관중하락의 철퇴를 맞았다. 지난해 관중이 26.7%가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9.0%가 다시 빠져나갔다. 팬서비스 등 마케팅 역량은 진부하고, 유소년시스템의 질도 떨어졌다. '퓨처 오브 FC서울' 등 유소년 보급반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육성반인 오산중-고교의 질은 바닥이다. 구단의 운영이 점점 더 기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K-리그와 FA컵, '더블(2관왕)'을 달성한 포항은 전문가 평가에선 평균 9.0점을 기록, 서울(8.3점)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목표성취도와 선수단 운영 능력에서도 꼭대기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에선 0점을 받으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2위를 차지했다. 총점은 72.0점으로 서울에 0.3점 뒤졌다. 포항은 올시즌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겉과 속은 달랐다. 황선홍 감독이 의도한 작품은 아니었다. 구단의 재정 능력에 발목이 잡혔다. 외국인 선수 활용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다. 국내 선수들은 해외 진출을 꿈꾼다. 반면 외국인 선수들도 K-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쇄국'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K-리그에는 독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다.

울산과 전북은 각각 65.9점, 65.6점으로 3, 4위에 올랐다. 하지만 낙제를 모면한 D학점에 불과했다. 5위 수원(55.6점)을 비롯해 10개 구간은 50점대 이하였다. F학점이었다. 특히 수원의 계속된 추락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K-리그의 재앙이다. 수원은 모기업인 '삼성 파워'를 앞세워 몇 해전까지만 해도 선두 주자로 리그를 선도했다. 하지만 명문구단의 색채가 지워지고 있다. '일등주의' 삼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올해 처음으로 국내 선수의 연봉이 공개된 후에는 '내탓'은 없고, 온통 '남탓' 뿐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수원이 수원으로 대우를 받기 위해선 반전이 절실하다.


6~14위 제주(54.7점), 부산(51.9점), 인천(51.4점), 경남(50.7점), 대전(48.1점), 대구(45.7점), 전남(39.0점), 강원(34.0점), 성남(32.8점)도 정체됐다. 경기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구단은 단 한 팀도 없었다. 둘 다 놓친 구단은 절반이 넘는다. 분명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좌충우돌, 방황이 이어졌다.

2014년은 월드컵의 해다. 클래식은 12개 구단으로 운영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 냉정한 자성을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혁신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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