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최고의 입담꾼은 역시 최강희 감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12-03 17:56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베스트일레븐 수비수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나온 최강희 전북 감독, 정가은, 박경훈 제주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은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2.03/

뻔한 소감이 이어졌다. 지루한 시상식에 웃음을 불러온 것은 'K-리그 최고의 입담꾼'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한층 풍성해졌다. 최 감독은 수비수 부분 시상식을 위해 방송인 정가은, 박경훈 제주 감독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정가은이 "두분의 입담 대결 기사가 많던데요?"라고 멍석을 깔았다. 최 감독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가님이 생방송이라고 짧게 말하라고 했지만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우리 정가은씨 키 크고 아름답습니다." 엉뚱한 대답에 장내에 웃음이 쏟아졌다. 박 감독도 거들었다. "우리 최 감독님이 예능 욕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내년에 MC석에 서시죠." 진행을 맡은 김일중 아나운서가 "탤런트 최강희씨 부르시면 됩니다"고 하자, 최 감독이 마무리했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빨리 진행하시죠."

최강희 감독과 함께 K-리그 입담의 한축을 담당하는 최용수 서울 감독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배우 이태임과 함께 수상자로 나섰다. 둘은 인연이 있었다. 지난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이태임이 시축자로 나섰다. 서울이 수원에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최용수 감독은 이태임에게 "태임씨가 시축한 날 이겼다. 내년 시즌에는 가족, 친지들 모두 모시고 시축하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달 26일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최용수 감독은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상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나. 하지만 마음을 비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선배' 황선홍 포항 감독의 수상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감독들과 달리 내내 진중한 말만 했던 선수들은 몸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김신욱 김치곤(이상 울산) 고무열(포항) 데얀(서울)은 개그우먼과 함께 크레용팝의 '직렬5기통춤'을 선보였다. 의외로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 김신욱은 최종전에서 득점왕을 빼앗아간 데얀에게 "다음시즌에는 다리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농을 던졌다. 진행을 맡은 개그맨 이동엽은 "이건 통역하지 마세요"라며 사태를 수습했다. 챌린지 베스트11 수비수 부분상을 수상한 오범석(경찰축구단)은 "이제 9개월 남았다"며 군생활의 애환을 드러내기도 했다.

감동의 소감도 있었다. 도움상을 수상한 몰리나(서울)는 "최근 축구를 하다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이 상을 축구를 하다 목숨을 잃은 선수들과 지금도 병마와 싸우는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몰리나는 지난달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산전에서 전반 2분 헤딩슛을 하다 부산 수비수 김응진과 강하게 부딪혔다. 몰리나는 충격으로 그대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전북과의 최종전에 모습을 드러내며 2년 연속 도움상을 수상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