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대전의 아름다웠던 마지막 클래식 경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12-01 15:49 | 최종수정 2013-12-02 07:57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최고의 팬과 함께 도전하겠습니다.'

대전 시티즌이 K-리그 클래식과 작별을 고했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대전은 지난 30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대전은 지난 경남과의 39라운드에서 1대1 무승부로 강등이 확정됐다. 선수단, 팬, 프런트 모두 눈물을 흘렸다. 전남전을 앞두고 팀 전체를 묶었던 '잔류'에 대한 동기부여가 사라졌다. 하지만 '축구특별시'의 자존심이 남아 있었다.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전남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대전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활기찬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강등의 아픔은 없었다. 서포터스도 힘을 실어줬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CHALLENGE', '우리들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등의 걸개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수놓았다. 뜨거운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대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김선규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몸을 날리며 전남의 공격을 막아내자 후반 막바지 공격수들이 힘을 냈다. 후반 33분 이동현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동현의 골이 터지자 전 선수들이 팬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동현은 팬들에게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했다. 후반 45분 한경인의 쐐기골이 전남의 골망을 갈랐다. 원하는 잔류라는 성적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의미있는 승리였다.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사인볼을 선물했다. 대전의 트레이드마크인 승리사진을 함께 하며 클래식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대전 선수단은

'최고의 팬과 함께 도전하겠습니다'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재도약을 약속했다. 팬들도 마지막까지 악수를 아끼지 않았다.

참 어려운 시즌이었다. 시즌 내내 최하위를 맴돌았다. 포기란 없었다. 강등이 눈앞에 왔을때 대전의 마지막 투혼이 이어졌다. 막판 6경기 무패행진(5승1무)으로 강등전쟁을 뜨겁게 달궜다. 시즌 내내 대전의 행보에 실망했던 팬들에게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며, '최초의 시민구단'이자 '축구특별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조진호 코치는 "2게임을 더 이겼다면 뒤집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경기가 더 많이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홈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했다.

대전은 이제 2부리그로 무대를 옮긴다. 벌써부터 예산 삭감 등의 얘기가 들리고 있다. 험난한 챌린지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올시즌 막바지 보여준 투혼이라면 예상보다 빨리 클래식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가능하다. 전남전에서 보여준 '유종의 미'가 의미있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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