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작 전 손흥민(레버쿠젠)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무언가 간절히 기도했다. 말은 안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의미있는 해트트릭이었다. 한국 선수 최초의 유럽 정규리그 해트트릭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도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었지만 해트트릭은 없었다. 손흥민에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 선배들도 해트트릭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설기현(인천)이 2001년 안더레흐트(벨기에)에서 뛸 당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가 아닌 슈퍼컵 경기였다.
레버쿠젠의 주전 공격수로서 입지도 당당히 했다. 그동안 손흥민은 팀 공격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란히 리그에서 7골을 기록하고 있는 키슬링과 샘이 주포였다. 키슬링은 2012~2013시즌 리그 2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샘은 올시즌 7골로 득점 랭킹 상위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격 찬스가 있을 때 동료들의 패스는 손흥민이 아닌 키슬링과 샘에게 집중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 이날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은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러주었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의 결과였다.
손흥민 본인도 자신감을 쌓았다. 손흥민은 "매우 행복했다. 함부르크와의 경기는 나에게 특별했고, 팀이 승리해 믿을 수 없을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