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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이맘때면 10월의 마지막 날을 적신 <잊혀진 계절>만 있는 게 아니다. 끝을 향해 치닫는 K리그클래식 순위표는 또다시 '강원의 계절'을 알리고 있었다. 최근 5경기 4승 1무, 올해도 어김없이 '승리의 부스터'를 장착한 기세엔 쉼표가 없다. 이 성적만 놓고 보면 '명장' 김호곤 감독과 함께하는 울산(4승 1패)보다도 앞서는 흐름으로 K리그클래식 14개 팀 중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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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감독은 8월 18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인천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1-2로 패배를 당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용갑 감독에게 "밖에서 지켜본 강원과 직접 지휘한 강원이 어떻게 달랐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큰 차이는 못 느꼈다."면서 "우리 선수들에게서 많은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행운이 깃든 골로 득점에는 성공했으나, 객관적인 경기 내용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기엔 김용갑 감독이 지휘한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경기 후 강원의 서포터즈와 도민들은 경기장 입구 앞에 늘어서 불만을 토로했다. 임은주 사장이 직접 나와 이 상황을 설명하길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
'올해는 어렵겠다.'고 속단했다. 스플릿 라운드의 시작이었던 대구, 성남전에서도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평가가 완전히 틀렸다. 김용갑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짧은 휴식기 동안 팀을 몰라보게 바꾸어놓았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날 이 짐 저 짐 막 쑤셔 넣은 가방 같았던 뒤죽박죽 경기력은 떠나기 직전의 잘 정돈된 짜임새에 설렘까지 갖췄다. 매 경기 내준 1실점이 아쉽지만, 공격진은 상대 자책골이 있었던 제주전 외 4경기에서 9골을 뽑아냈다. 소년 가장 최진호가 건재했고, 포지션을 변경한 전재호가 힘을 보탰다.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김봉진, 김동기, 이우혁까지 터졌고, 기존의 이준엽과 전역생 김영후까지 가세했다.
물론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대전(홈), 경남(원정), 전남(원정), 대구(홈), 제주(홈)와의 5경기가 남았다. 한 경기를 덜 치른 13위 대구에 비해 골득실에서 불리하고, 12위로 마친다면 K리그챌린지 1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선수도 포기는 없다."는 김용갑 감독 체제의 강원이라면 다른 팀들에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강원의 계절'이 11월 말까지 이어질까. 그래서 또다시 '생존왕'다운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까. 깊어가는 가을 속 K리그클래식 하위스플릿의 전쟁이 더욱 뜨거워진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