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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김호곤의 정공법과 알고도 당한 수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0-27 18:36


김호곤 울산 감독(62)은 올시즌 '마라톤 전략'을 강조해왔다. 시즌 막판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다 막판 스퍼트를 할 시점을 찾는 것이다. 울산은 20일 FC서울을 꺾고 리그 맨 꼭대기에 올랐다. 도망쳐야 할 시점이다. 27일 벌어진 수원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김 감독은 "연속 홈 경기를 통해 치고 나갈 때"라고 밝혔다.

'도망자'가 있으면 '추격자'가 있기 마련이다. 수원은 선두권을 맹추격 중이다. 스플릿시스템 가동 이후 무패(2승3무) 행진이다. 아직 우승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43)은 "당연히 우승 경쟁을 해야 한다. 염기훈 조동건 정대세 김두현 등 주축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팀이 안정됐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우리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명암은 갈렸다. 울산이 한 발 더 도망갔다. 이날 울산은 전반 13분 하피냐의 선제골과 후반 19분 김신욱의 결승골로 2대1로 이겼다. 18승7무7패(승점 61)를 기록, 승점 6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올라서며 2위 포항(승점 56)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철퇴왕'의 정공법과 알고도 당한 수원

김신욱은 모든 팀에게 '공공의 적'이다. 1m96의 큰 키로 제공권 장악은 물론 넓은 활동 범위와 슈팅력까지 갖췄다. 상대 수비수들은 알고도 당한다. 당연히 견제가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김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김신욱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김 감독은 "특징있는 공격수기 때문에 가장 심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팀 전술은 단순하다. 신욱이를 이용하거나 신욱이를 주는 척하면서 다른 곳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욱 봉쇄'는 서 감독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었다. 서 감독은 경기 전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김신욱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꺽다리를 어떻게 하면 좋냐"며 웃었다. 서 감독은 "김신욱은 장신 선수가 가지고 있지 않은 움직임과 슈팅력을 갖추고 있다. 페널티박스에 접근하는 것을 압박으로 막고, 특히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리바운드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수원은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 협공으로 김신욱을 에워쌌다. 그러나 김 감독의 정공법이 통했다. 김신욱은 힘든 상황을 버텨냈다. 그리고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19분 '해결사'로 우뚝 솟았다. 천금같은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수비수 김영삼이 중원에서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쇄도하던 김신욱에게 연결했다. 김신욱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오른발 슛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신욱은 시즌 17호골을 기록, 페드로(제주)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우리 축구만 하자"던 울산과 수원

서 감독은 경기 전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는 "올시즌 울산전에서 1무1패를 했지만, 요즘 선수들이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 경기를 하고 있다. 컨디션이 좋은 공격진들이 공격적인 축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격 자원이 넘친다. 컨디션이 좋은 정대세도 후반 교체카드로 활용할 정도다. 서 감독은 "정대세는 후반 상대 체력이 떨어질 때 유용하게 활용하면 파괴력이 더할 것이다. 울산도 부담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울산만의 축구'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김 감독은 "정대세는 예측불허의 슈팅이 일품이다. 또 산토스도 활동 범위가 넓고 돌파가 좋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상대의 장점을 조심해야겠지만, 관건은 '우리 플레이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은 예고대로 후반 20분 서정진 대신 정대세를 투입했다. 그러나 정대세는 물샐 틈 없는 울산의 수비력에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43분 '킬러 본능'이 살아나는 듯했다. 아크 서클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그러나 울산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반면, 울산은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좁히면서 강력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지난시즌 아시아를 품은 울산만의 '철퇴축구'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는 '동구 데이'를 맞아 경기장을 찾은 1만2155명 울산팬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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