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왜?]수원은 슈퍼매치, 서울은 ACL… 감흥은 또 달랐다

올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한글날인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에서 수원 정대세가 후반 팀의 두번째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역대전적에선 수원이 우세하나 올시즌은 서울이 지난 8월 3일,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치욕에서 탈출하는 등 시즌 전적에선 서울이 1승 1무로 앞서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e-mail]/2013.10.09/

경기 전 벤치의 온도 차는 있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미소가 흘렀다. "오늘 정말 감이 좋다." 반면 최용수 서울 감독은 여전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에 젖어 있는 듯 했다. "불안 요소는 있지만 ACL 결승 진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승부욕은 숨기지 않았지만 슈퍼매치의 감흥은 예전과는 또 달랐다.

진정성과 의지에서 승부의 추는 수원쪽으로 기운 것이 사실이었다. 현실이었다. '푸른 수원'과 '검붉은 서울'의 슈퍼매치가 벌어진 빅버드에는 3만6476명이 운집했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2013년 10월 9일, 한글날의 주연은 수원이었다. 서 감독이 2대0 완승을 연출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에 깨졌다. 후반 13분 산토스에 이어 37분 정대세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올시즌 슈퍼매치에서 1승1무로 서울이 우세했다. 서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슈퍼매치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최 감독은 8월 3일 2대1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슈퍼매치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을 끊었지만 또 다시 땅을 쳤다.

염기훈 그리고 외국인 선수의 부재

서 감독은 출전 명단을 보면서 흐뭇해 했다. 경찰축구단에서 전역한 염기훈의 가세가 큰 힘이었다. 정대세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시즌 중반 공격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이제 공수 밸런스가 잡혔다. 남은 경기가 기대된다." 반면 서울은 전력 누수가 있었다. 주포 데얀이 몬테네그로대표에 차출됐고, 멀티플레이어 아디가 부상 중이다. 최 감독은 몰리나와 에스쿠데로도 벤치에서 대기 시켰다. 국내파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구성했다. 서 감독은 "안전하게 가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 전반에는 버티고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 감독도 부인하지 않았다. "몰리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상대가 더 갈 길이 바쁘다. 경기 초반부터 급하게 나올 것으로 본다. 큰 경기에선 후반전도 봐야 한다."

서 감독의 기대가 그대로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수원의 흐름을 바꾼 주인공은 염기훈이었다. 좌우 측면을 넘나들며 기선을 잡았다. 그는 "서정진에 치우쳤던 공격이 염기훈이 들어오면서 좌우 균형이 맞아 들어갔다. 서정진과 염기훈이 위치를 바꾸어가면서도 무난한 플레이를 했다. 염기훈이 공격쪽에서 상대 수비를 한 두명씩 달고 플레이 하면서도 볼이 살아나오니까 반대편에서도 찬스가 생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트피스도 더 위력적이었다. 산토스 선제 결승골의 출발점은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의 크로스를 조동건이 헤딩으로 뒤로 흘렸고, 이를 산토스가 해결했다. 정대세의 골도 염기훈에서 시작됐다. 수비수 몸맞고 정대세의 발끝에 걸려 도움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가 만든 작품이었다.

전반을 잘 견딘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몰리나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는 6일 인천전에 이어 또 부진했다. 공격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산토스의 골 상황에서도 몰리나의 수비가 아쉬웠다. 데얀과 함께하는 몰리나, 홀로 뛰는 몰리나는 극과 극이었다. 서울은 4일 이란 테헤란에서 돌아온 후 6일 인천에 이어 이날 수원과 혈투를 치렀다. ACL 후유증은 분명 있었다. 그는 "고지대 힘든 원정을 다녀와 짧은 시간 안에 뭔가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심리는 마찬가지다. 후반에 공격적으로 변화를 줬다. 찬스도 몇 차례 있었지만 힘이 많이 들어갔고,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데얀과 아디의 공백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최 감독은 전력 누수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핵심 선수 부재 속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슈퍼매치의 희비, "이제 시작"

수원은 승점 50점 고지를 밟았다. 5위다. 서울은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4위(승점 51점)에 머물러 있다. 두 팀의 승점 차는 불과 1점에 불과하다. 서울은 정규리그 13경기 연속 무패(9승4무)도 마침표를 찍었다. 수원은 슈퍼매치의 역사를 다시 바꿔놓았다. 희비는 엇갈렸지만, 두 감독의 머릿속은 희망으로 채워졌다.

수원은 7경기가 남았다. 서 감독은 "감독이 돼 슈퍼매치에서 한 번도 못이겼는데 오늘 첫 승을 해서 너무나 좋다"며 "이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 선수들이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경기력도 꾸준히 잘해주고 있다. 스플릿 들어와서 한 번도 안지고 끈끈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ACL 진출권을 따는 것도 중요하다. 매경기가 결승전이다. 남은 경기에 전력 투구를 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ACL 티켓은 3위까지 주어진다. 전북과 포항의 FA컵 결승전 결과에 따라 4위도 ACL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최 감독은 휴식이 반갑다. ACL 결승 1차전은 26일 홈에서, 2차전은 원정에서 11월 9일 열린다. 클래식도 여유가 있다. ACL 4강전으로 연기된 울산전이 20일 열린다. 10여일 간의 여유가 있다. 최 감독은 "오늘 비록 패배를 기록했지만 한 번쯤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분위기를 반전할 것이다. 남은 경기 좋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클래식과 ACL이 교차한 슈퍼매치, 승자도, 패자도 모두 약이었다.
수원=김성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