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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과 아디가 없다, 칼을 숨긴 FC서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07 17:35 | 최종수정 2013-10-08 07:55



1103일 만에 물길을 바꿔놓았다.

8월 3일이었다. 2010년 8월 28일부터 올해 4월 14일까지 수원을 상대로 이어 온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2대1, FC서울은 3년 만의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또 다시 찾아온 슈퍼매치, 서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3일 이란 에스테그랄을 제압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ACL 결승 1차전은 홈에서 26일, 2차전은 원정에서 11월 9일 열린다.

결승 진출로 고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하면 쌓아 온 공든탑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최용수 감독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체력적인 부담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에스테그랄 원정을 마친 서울은 4일 귀국했다. 이틀 만인 6일 인천 원정경기 치렀다. 득점없이 비겼다. 9일 수원과 맞닥뜨린다.

전력 누수도 고민이다. 공격의 핵 데얀이 몬테네그로대표에 차출됐다. 멀티플레이어 아디는 부상 중이다. 수원이 웃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울은 K-리그 클래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수원전이 '더블(ACL과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분수령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서울은 현재 4위(승점 51)에 포진해 있다. 1위 울산(승점 55)과의 승점 차는 4점에 불과하다. 5위 수원은 승점 47점이다. 슈퍼매치에서 연승을 하면, 수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선두 싸움에서도 가속도를 낼 수 있다.

서울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암울했던 시절이었다. 눈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클래식 13경기 연속 무패(9승4무)로 고공 행진 중이다. 최 감독의 시선은 정상을 향해 있다. "우린 거북이 행보 중이다. 천천히 가지만 한 번의 기회가 올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더 이상 양보는 없다. 우리 선수들은 정상을 지키는 DNA가 있다." 슈퍼매치도 한 고개다.

수원은 가동할 수 있는 최강의 진용을 출전시킨단다. 홈이점까지 안고 있다. 서울로선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최 감독은 흐름을 강조했다. "수원에 좋은 선수들이 복귀했다. 염기훈의 능력이나 정대세의 득점 감각을 견고한 수비로 막아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가면 경기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체력적인 부분을 극복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

ACL 결승 진출로 슈퍼매치의 감흥이 반감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라이벌전의 자존심 만큼은 떠나보내지 않았다. 서울은 칼을 숨겼다. 말보다는 결과로 이야기하겠단다. 밑질 것이 없는 승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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