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VS 안산, 성남일화 '알쏭달쏭' 인수전쟁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9-29 18:01


안익수 성남 일화 감독은 28일 경남에 역전승을 거두며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안 감독은 "K-리그 최다 우승,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성남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일은 없길 바란다"는 말로 현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올해 초 통일그룹이 성남 일화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후 안산 인수설이 불거졌다. 성남 팬들이 연고이전에 격렬히 반대하며 성남시를 압박하고 있다. 9월 말 안산시가 가부간 결론을 내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가운데, 성남과 안산 두 지자체 모두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성남과 안산, 모두 원하는 것같기도, 모두 원하지 않는 것같기도 하다.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이들에게 축구란 '스포츠'가 아닌 '정치'다. 결국 프로축구단 창단이 '표심'에 미칠 영향이 문제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축구단에 들어갈 100억원 예산을 합리화해줄 절대다수의 여론 형성'을 에둘러 말한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축구단 인수에 대해 호의적이지만, '100억원 운영비를 나눠낼 메인 스폰서의 필요성'을 절대조건으로 내세웠다. 성남은 '절대다수의 지지', 안산은 '절대 스폰서'가 문제다. 두가지 모두 쉽지 않은 과제다. 축구팬들의 '열정'이 지자체의 '정치'와 행복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성남시청 앞, K-리그 팬들이 모였다

29일 가을비가 흩뿌리는 경기도 성남시청 앞, 500여 명의 축구팬이 결집했다. '성남유스' 풍생 초중고 선수들과 학부모들도 도열했다. 앳된 풍생초 선수들이 '성남을 지켜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 성남 일화 인수를 통한 시민구단 창단을 촉구했다. 류선준 성남시생활체육축구연합회장은 "시장님이 복지를 강조하시는데, 시민들의 건강 및 행복과 직결되는 축구도 복지"라고 주장했다. 수천 명의 '구름관중'은 아니었지만 지난 3차례 집회에 비해선 눈에 띄게 많은 이들이 모였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성남팬뿐 아니라 울산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 안양FC, 부천FC, 상주상무 등 다양한 구단의 K-리그 축구팬들이 연대했다.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안양 서포터스 75명은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날 오후 4시 K-리그 챌린지 고양전을 앞두고 3대의 원정버스가 성남을 찾았다. 가장 큰 목소리로 "성남 시민구단 창단!"을 외쳤다. 안양 서포터 배민수씨(21)는 "10년전 안양LG 시절, 연고이전 반대 집회에 와줬던 성남 '천마불사'를 잊지 않고 있다. 10년전 그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연고 이전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10년전과 지금은 시대도, 분위기도 다르다. " 역시 연고이전 아픔을 겪은 10여 명의 부천FC 서포터도 힘을 보탰다. "성남, 아시아의 챔피언!" "나의 사랑 성남"을 노래하며 시청에서 야탑역까지 행진했다. '에스티벤' '박용지'의 마킹이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울산팬들도 동참했다. 차민구씨(19)는 "2년전 '서산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구단이라면 어디나 성남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남의 구단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성남 일화,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성남시 실무 관계자들도 먼발치에서 추이를 지켜봤다. 이 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철민 안산시장이 22일 시청 앞에서 안산시 프로축구단 유치 캠페인에 나선 안산 지역 축구인들을 만난 후 함께 풍선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안산시민신문
안산시 '메인 스폰서'를 둘러싼 고민

안산시는 30일 성남일화 인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2일 350여명의 안산 지역 축구인들이 시민구단 창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시청앞에서 김철민 안산시장이 직접 축구인들과 환담하며, 축구단 창단을 염원하는 풍선을 날렸다. 축구단을 향한 시와 시민의 의지는 충만해 보였다. 축구인들 앞에선 김 시장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저희 시가 프로축구단 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문제다. 1년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난감하다. 메인 스폰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론을 짓기로 한 9월 말까지 여러분들이 희망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 시장의 약속대로 지난 열흘간 안산시는 메인스폰서를 잡기 위해 매진해왔다.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다. 100억원에 가까운 구단 운영비를 시 예산으로만 충당했을 때 따르는 정치적, 경제적 부담이 이유다. 그러나 아직 속시원한 메인 스폰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메인 스폰서로 거론됐던 워리어스포츠의 '뉴발란스'와의 협상은 현재 답보 상태다. 문제는 안산시가 성남 인수 및 시민구단 창단에 있어 '메인 스폰서'라는 기존의 명분을 고집할 경우다. 매년 20억~30억을 투자할 메인 스폰서가 있어야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축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산시생활체육축구연합회는 '와! 스타디움'의 평균관중수가 6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수원,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구단들과 가까운 안산의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지속적인 평균관중 수입에, 전문인력을 통한 마케팅으로 군소 스폰서들을 다수 확보하고, 이적시장을 통해 선수단 규모 및 운영을 합리화할 경우 충분히 운영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시 조례 개정을 통해 축구장, 숙소 등 시설이용료를 줄이는 방법도 제안했다.

축구단 인수의사를 공식화하는 것이 먼저라는 시각도 있다. 안산시와 성남일화간의 인수계약도, MOU도 성립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체가 없는 축구단에 수십억원 스폰서를 예약할 기업이 선뜻 나오겠느냐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안산과 성남 사이, 성남 일화의 운명에 축구계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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