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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을 하루 앞둔 상암벌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각오는 단단했다. 그는 "ACL 4강에 올라온 것만으로 행복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가는 하나의 계단이다. 꼭 결승에 진출해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의 출발이었다.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질문이 나왔다. 감독 최용수에 대한 평가다. 차두리가 서울에 입성하면서 최 감독과 '차붐가(家)'의 대를 이은 인연이 화제였다. 최 감독의 오늘을 연 주인공이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 위원과 최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연으로 엮여있다. 차 위원이 월드컵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은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차두리가 6개월간 함께 한 소회를 피력했다. "정말로 절친했던 형님이고, 같은 방도 썼다. 팀 동료였던 '사람'이 감독으로 어느날 바뀌었으니 처음에는 어색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편해졌다. 선수 때 보지 못한 의외의 면도 보고 있다. 6개월은 굉장히 신선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이 변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긍정적이다."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감히 감독으로 평가하자면 굉장히 선수단과 가깝게 지낸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언제 풀어줘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다. 팀을 이끌어가는데 큰 장점이다. 시즌 초반 위기가 왔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사실 많이 놀랐다"고 호평했다. 끝이 아니었다. 한 수를 더 뒀다. "선수 때 다혈질이었다. 아버지가 감독이었을 때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감독님을 보면 많이 놀라면서도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최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고, 차두리도 수줍게 웃었다.
그냥 넘어갈 최 감독도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유를 재치있게 풀었다. 그는 "8강에서 만난 사우디 알아흘와는 또 다르다. 에스테그랄은 거칠고, 힘을 이용하는 팀이다. 두리를 데려 온 것도 우리도 힘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두리의 힘은 집안 내력이다. 고요한, 윤일록 등 약한 애들과는 다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힘의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두리를 데리고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차두리는 이란 축구에 대해서도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집안'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대표팀 시절 이란과 경기를 펼쳤을때 항상 박빙으로 어려운 경기였다. 피지컬이 뛰어난 팀이다. 한국이 싫어하는 경기 스타일이다. 아버님께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를 했더니 이란 축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A매치에서 결과는 이란이 이겼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이란 축구에 대해 높게 평가하지 않으셨다. 상대를 존중하지만 우리의 장점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방졸에서 제자로…, 세월의 흔적은 있었지만 허물은 없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