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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계약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9-17 07:14


◇박주영. 사진출처=아스널 구단 홈페이지

박주영(28)과 아스널 간의 '악연의 끝'은 어디일까.

박주영의 여름 이적시장 이적이 좌절되면서 계약기간이 새 화두로 떠올랐다. 박주영은 2011년 아스널로 이적할 당시 2014년까지 계약을 했다. 대부분의 유럽 구단은 계약만료 1년을 앞두고 '정리대상'을 처분한다. 계약만료 6개월 시점인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이적료를 챙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헐값에 선수를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아스널은 남은 기간 동안 박주영을 붙잡는 쪽을 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첫 시즌 고작 6경기, 두 번째 시즌엔 타 팀 임대를 박주영 활용의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의 의도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갈 만하다.

일각에선 박주영과 아스널의 실제 계약기간이 2015년까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스널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은 2015년까지 남은 계약 기간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아스널이 굳이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긴다. 통상 유럽 구단들이 선수와의 재계약 시 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박주영과 아스널의 계약 사실은 2011년 첫 만남 이후 줄곧 그대로다. 박주영 측의 입장도 반대다. 박주영 측 관계자는 "계약기간은 2014년까지다"라고 못 박았다. 당사자인 박주영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계약기간이 아스널과의 얽힌 실타래를 풀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박주영 본인의 의지와 활약이 중요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스널에 남게 된 상황에서 남은 것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일이다. 박주영은 1군과 리저브(2군)팀을 오가면서 계속 몸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이 기간 동안 아스널은 박주영이 군사훈련 기간 동안 추스르지 못했던 몸 만들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특별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시장이 끝난 뒤에는 등번호 30번을 부여하며 1군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다. 벵거 감독의 의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박주영이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기회를 부여 받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떤 무대에서든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벵거 감독은 지난 14일 선덜랜드전을 마친 뒤 "박주영은 아직까지 팀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단지 부상 등의 이유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카드를 뽑아들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아스널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주력 공격수들의 줄부상에 울고 있다. 박주영과 함께 이적대상으로 꼽혔던 니클라스 벤트너가 대체자로 지목될 정도다. 박주영 기용도 현실화 될 수 있다.

여전히 박주영을 원하는 곳은 많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팀 뿐만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심지어 중동과 한국, 일본에서도 박주영을 원하고 있다. 아스널과 셀타비고에서 보낸 2년 동안 이름값에 걸맞는 행보를 펼치진 못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기량에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꾸준한 관심의 이유다. 주어진 기회에서 반전드라마를 쓰는 것 만이 악연을 청산하는 유일한 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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