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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한가위 단두대매치, 알아흘리 또 '쩐의 전쟁'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9-16 07:55



단두대 매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안방에선 텃세가 난무했다.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약 140㎞을 이동했다. 끔찍한 야유와 불안함을 자극하는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처절한 사투였다. 선전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첫 단추는 무난했다. 지난달 22일(한국시각) 적지에서 1대1로 비겼다.

4강행이냐 탈락이냐, 갈림길이다. 운명의 휘슬이 울린다. FC서울이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흘리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을 치른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 전날 밤의 대혈투다. 열쇠는 서울이 쥐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서울은 득점없이 비겨도 8강을 통과할 수 있다. ACL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한다. 물론 홈에서 패한면 4강행은 물건너간다. 1대1로 비기면 연장전, 2대2 이상 비기면 알아흘리가 4강행 티켓을 거머쥔다.

벌써부터 자존심 싸움이 대단하다. 곳곳에서 살벌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은 원정에서 끔찍한 텃세에 시달렸지만 원칙대로 숙소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로 지정했다. 사우디는 종교적인 문제로 예외였으나 아시아축연맹(AFC)은 선수들이 오랜 이동 때문에 컨디션 난조를 겪지 않게 하려고 숙소와 경기장의 거리를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오일달러'의 위력은 원정에서도 대단하다. 서울이 지정한 호텔을 거부했다. 숙소를 김포공항 인근인 메이필드호텔로 잡았다. 이미 14일 입국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이 제공한 교통편과 연락관도 돌려보냈다. 훈련장도 경기도 고양시와 별도로 계약해 잡았다. 알아흘리의 구단주는 사우디 왕자다. 돈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아연실색케하고 있다.

서울은 홈텃세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배수진이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프로축구의 대표다. K-리그의 자존심이 걸렸다. 올시즌 서울을 포함해 전북, 수원, 포항이 ACL에 출격했다. 전북은 16강, 수원과 포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서울은 부리람(태국), 장쑤(중국), 센다이(일본)와 함께 E조에 포진,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전에서는 G조 2위 베이징 궈안(중국)을 꺾고 8강에 올랐다. 선수들은 주말을 잊고 구슬땀을 흘렸다.

ACL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상금 150만달러(약 17억원)에다 아시아를 대표해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알아흘리는 지난해 ACL 결승전에 오른 강호다. 울산에 0대3으로 패했고, 올시즌 우승을 다시 꿈꾸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2년을 기다렸다. 2011년 대행이었던 그는 8강전에서 사우디 알이티하드와 맞닥뜨렸다. 1차전에서 출혈이 컸다.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1골이 모자랐다.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울 수 없는 악몽이었다. 최 감독은 "아직 90분이 남았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선은 이미 형성됐다. 한 팀은 무조건 눈물을 흘린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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