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포항 데뷔골, 김은중은 죽지 않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9-02 09:50


◇김은중이 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부산과의 2013년 K-리그 26라운드에서 후반 막판 동점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팀 패배로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진한 아쉬움이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과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만들어낸 득점은 프로데뷔 17년차 노병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포항 공격수 김은중이 부산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동물적인 위치선정과 망설임 없는 슛으로 선방쇼를 펼치던 부산 골키퍼 이범영을 주저 앉게 만들었다. 1만2000여 포항 팬들의 환호와 동료들의 축하가 메아리 쳤다. 비록 팀은 후반 추가시간 실점하면서 패했지만, 김은중의 득점 만큼은 빛난 경기였다.

김은중의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강원의 맏형으로 리그 13경기에 나섰으나, 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빈약한 팀 전력을 지탱하기 버거웠다. 컨디션 난조까지 겹쳤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견제 속에 득점 찬스도 서서히 드물어졌다. 호사가들은 '끝났다'며 강원이 강등권으로 처진 멍에를 전가했다. 골로 말해야 하는 공격수의 가슴아픔 숙명이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최전방 공격 및 로테이션 강화의 히든카드로 김은중을 선택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은중은 지난 7월 시즌 종료 시점까지 임대 조건으로 포항에 임대됐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으로의 이적은 흡족한 성과와 동시에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남은 축구인생이 길지 않은 베테랑에게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물었다. 강릉에서 함께 거주하던 가족들과 포항으로 이주했고, 머리도 짧게 깎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홀로 송라클럽하우스를 찾아 개인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훈련을 한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역시 듣던대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라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포항 입단 후 4경기 만에 나온 득점은 땀과 노력의 결정체다.

새 출발을 기분좋게 시작했다. 부산전 득점은 포항 입장에선 의미를 가질 만하다. 박성호 배천석에 의존했던 기존 로테이션에 김은중까지 더해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됐다. 당장 김은중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남은 경기 수와 포항의 전력을 감안하면 못할 것도 아니라는 기대감도 크다. 황 감독은 서두르진 않을 심산이다. "단기간 내에 완벽한 적응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김은중의 활약을 예고했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잘 해주고 있다. 분명히 팀에 중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의 활약을 원한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영일만 킬러로 거듭난 '샤프' 김은중의 눈이 무한경쟁의 스플릿을 바라보고 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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