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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과의 2연전이 올 시즌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쉽지 않은 팀을 상대로 PSV의 어린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기는 엄연히 결과를 내야 하는 플레이오프였다. 홈구장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상대에게 원정 골을 내주며 1-1로 비겼으니 만족을 논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시작부터 밀란을 아래로 몰아넣은 PSV의 패기는 대단했으나, 그 패기만으로는 안 되는 게 축구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를 가느냐, '유로파리그'를 가느냐의 극명한 갈림길 속, 박지성만큼은 '우리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영롱히 빛났다.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슈팅 난사에 그치고만 데에는 PSV가 주로 노린 왼쪽 측면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이들이 볼 배급 대부분은 3톱의 묘미를 살린 왼쪽으로 흘러들었는데, 한 번 들어간 볼이 살아나오는 빈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디파이의 의욕이 결실을 보기엔 상대 오른쪽 측면 수비 아바테의 벽이 너무 높았던 것. 그럼에도 측면을 내달리기로 마음먹었거나, 혹은 그러한 지시를 받았다면 이 선수 스스로 방법을 달리할 필요도 있었다. 아바테 앞에서 볼 처리가 늦어지면 곧장 밀란의 커버 플레이가 들어왔는데, 볼을 발밑에만 잡아두기보다는 뒷공간으로 뛰어들어가며 속도 경합을 시도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의 다양화에 실패했을 때, 볼을 받은 뒤 멈춰 서 있는 형태가 반복됐고, 후반전엔 볼 흐름과 동떨어져 산책 중인 디파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박지성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 모든 상황을 뒤바꿀 순 없었다. 다만 이 선수의 폼이 '우리가 알던' 그 상태였다는 점, 그리고 홈 팬들이 이를 향해 잊지 않고 "위송빠레"를 외쳐준 건 전율, 그 자체였다. 전진 패스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서서 템포를 살리던 특유의 움직임, 상대를 옆줄과 끝줄까지 몰아붙여 압박하던 모습은 여전했다. 여기에 팀 합류가 오래지 않아 걱정했던 동료들과의 연계도 기대 이상. 마타우쉬의 골을 도운 브루마의 중거리 슈팅도 돌아보면 박지성의 패싱 플레이에서 시작됐다.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프리롤 격으로 상대 수비 블록을 해체시키려는 움직임은 PSV 공격진 중 가장 부지런했고, 볼 없는 상황에서 공간 곳곳으로 뛰어들며 상대를 헤집는 모습도 좋았다.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겠으나, 이만하면 분명 좋은 출발이었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