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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축구, UCL 기적을 꿈꾼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8-21 14:51


카자흐스탄 축구가 장미빛 꿈을 꾸고 있다.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에 가입한 뒤 사상 처음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본선 32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2년 카자흐스탄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인 샤흐타르 카라간디(이하 샤흐타르)가 21일 새벽(한국시각) 카자흐스탄 카라간디 샤크티오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셀틱(스코틀랜드)과의 UCL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샤흐타르는 28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1골차로만 패배해도 본선 32강에 올라갈 수 있다.

UCL본선 진출은 카자흐스탄 축구계의 영원한 꿈이었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유럽축구계 대표적인 동네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9위다. 유럽 국가로서 카자흐스탄보다 아래에 있는 국가는 파로제도와 안도라, 산마리노밖에 없다. 모두 미니 국가들이다. 카자흐스탄은 월드컵 본선은 물론이고 유럽선수권대회(유로) 본선에 올라간 적도 없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 C조에서도 1무 5패로 6개팀 가운데 5위에 그치고 있다. 6위는 6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파로제도다. 한 수 아래 팀들이 모이는 유로파리그에서조차도 본선 조별리그에 진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예견된 일이었다. 카자흐스탄은 2002년 돌연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UEFA로 소속을 바꾸었다. 축구 이외의 다른 종목은 모두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에 속해있다. 아시안게임에도 나간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카자흐스탄은 종합5위를 차지했다. 축구만 나오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축구협회는 자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강한 무대에서 경쟁하겠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실제 이유는 '돈'이었다. 카자흐스탄은 AFC에서도 2류였다.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물론이고 이웃 우즈베키스탄 등에게도 밀렸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UEFA는 받을 수 있는 돈의 단위가 다르다. 실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진출 상금은 2만달러(약 2200만원)다. 이는 UCL 플레이오프 진출 상금 210만유로(약 31억원)의 0.7%에 불과하다. AFC에서 2류로 전전긍긍하느니 UEFA로 가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자는 것이 카자흐스탄 축구협회의 생각이었다. UEFA는 카자흐스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과거 러시아의 연방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샤흐타르는 1958년 창단했다. 러시아리그 2~3부를 전전했다. 1962년 2부리그에서 승리하며 1부리그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바로 강등됐다. 1992년 카자흐스탄이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뒤 카자흐스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뒤 합류했다. 시련도 있었다. 2008년에는 승부조작으로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60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팀은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1년 빅토르 쿠미코프 감독(러시아)이 부임한 뒤 강호로 급부상했다. 2011년과 2012년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올 시즌 그동안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UCL 돌풍을 꿈꾸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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