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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피서지 강릉에 클럽하우스를 둔 강원은 이맘때면 늘 속이 탄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로 들뜬 시기에 원정이라도 잘 못 걸리면 꼼짝없이 꽉 막힌 도로에 갇혀야 하는 상황.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이들은 7~8월 여름 더위까지 겹쳐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금방 지치고 헉헉대다 보니 후반전에만 돌입하면 집중력 저하가 뚜렷이 나타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 경기들만 봐도 그렇다. 포항 원정의 승부처가 된 두 골을 내주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전북 원정에서는 정말 잘 싸웠으나 7분 사이에 세 골을 헌납하며 팽팽히 당겨놓은 흐름이 맥없이 풀려버렸다.
이런 제주가 믿는 구석은 강원을 상대로 한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강원이 창단된 2009 시즌엔 홈, 원정에서 두 번 모두 패했으나, 박경훈 감독이 들어선 2010년부터는 강원에 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번 원정엔 동기 부여도 충분하다. 강원(원정), 대구(홈), 전북(홈), 부산(원정)으로 정규리그 네 경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 승점 2점 차로 7위 부산에 이어 8위에 자리한 제주는 자칫하면 하위 스플릿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스플릿B에서 독주했던 인천을 봤을 때, 혹여나 무승부와 패배 밭에 굴러도 상위 스플릿이 낫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당장 8월 말에 올해의 운명이 결정될 이들의 처지는 강원보다 더 급하다.
그렇다고 강원이 승점상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승점 15점으로 13위인 강원은 14위 대전(11점)와 12위 대구(15점) 사이에서 반등을 꿈꾸고 있다. 11위 경남이 20점으로 올 시즌 목표인 잔류권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친 강원은 지쿠 신(神)의 강림으로 기적을 써내려가며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10월에 들어서부터 벌어진 극적인 일에 의한 것이었지, 그것이 올해에도 똑같이 나타나리란 보장은 없다. 기회가 될 때 부지런히 쌓지 못한다면 지난해에 차지한 '생존왕' 타이틀을 다른 팀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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