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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한' 강원 vs '지친' 제주, 승점 3점은 어디로?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8-09 11:10



동해안 피서지 강릉에 클럽하우스를 둔 강원은 이맘때면 늘 속이 탄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로 들뜬 시기에 원정이라도 잘 못 걸리면 꼼짝없이 꽉 막힌 도로에 갇혀야 하는 상황.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이들은 7~8월 여름 더위까지 겹쳐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금방 지치고 헉헉대다 보니 후반전에만 돌입하면 집중력 저하가 뚜렷이 나타나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 경기들만 봐도 그렇다. 포항 원정의 승부처가 된 두 골을 내주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전북 원정에서는 정말 잘 싸웠으나 7분 사이에 세 골을 헌납하며 팽팽히 당겨놓은 흐름이 맥없이 풀려버렸다.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3주가량을 쉰 뒤 후반기에 돌입했던 강원의 모습을 되짚어 보면 '휴가철 변수'는 더욱 와 닿는다.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펼쳐진 다섯 경기 동안 강원은 4실점밖에 하지 않았고, 무실점 경기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동아시안컵 이후 떠난 포항과 전북 원정에서는 각각 네 골씩을 내줬다. 상대의 클래스를 고려해야겠지만,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진 데에는 주중엔 경상북도 포항, 주말엔 전라북도 전주까지 내달린 원정 후유증이 크리란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멘탈의 재정비가 아닐까. 2경기 연속 대량 실점하긴 했으나 후반기부터 보여준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조직을 떠올려봤을 때, 김학범 감독이 정신적인 부분을 조금만 더 컨트롤해준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원이 휴가철 교통 상황을 원망한다곤 하지만, 이 팀 앞에서는 어리광 수준이다. 제주는 연고 특성상 원정 경기만 잡히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뭍에서 치른 원정 경기의 성적도 시원찮은 모자란 경우가 많다. 특히 여름만 되면 팀 성적의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 이 팀의 특징. 2010시즌 준우승을 기록할 때만 해도 7~8월의 성적은 5승 2무 1패로 좋은 편이었으나, 그 이후엔 2011년 2승 4무 2패, 2012년 2승 5무 4패로 상위권 전쟁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더욱이 이번에 강원 원정을 떠나는 이들은 주중 FA컵까지 치른 상태다. 베스트 자원 몇몇을 아껴두긴 했으나, 그 피로도를 가벼이 볼 순 없다. 강원이 '휘청'했다면 제주는 심히 '지친' 상태다.

이런 제주가 믿는 구석은 강원을 상대로 한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강원이 창단된 2009 시즌엔 홈, 원정에서 두 번 모두 패했으나, 박경훈 감독이 들어선 2010년부터는 강원에 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번 원정엔 동기 부여도 충분하다. 강원(원정), 대구(홈), 전북(홈), 부산(원정)으로 정규리그 네 경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 승점 2점 차로 7위 부산에 이어 8위에 자리한 제주는 자칫하면 하위 스플릿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스플릿B에서 독주했던 인천을 봤을 때, 혹여나 무승부와 패배 밭에 굴러도 상위 스플릿이 낫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당장 8월 말에 올해의 운명이 결정될 이들의 처지는 강원보다 더 급하다.

그렇다고 강원이 승점상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승점 15점으로 13위인 강원은 14위 대전(11점)와 12위 대구(15점) 사이에서 반등을 꿈꾸고 있다. 11위 경남이 20점으로 올 시즌 목표인 잔류권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친 강원은 지쿠 신(神)의 강림으로 기적을 써내려가며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10월에 들어서부터 벌어진 극적인 일에 의한 것이었지, 그것이 올해에도 똑같이 나타나리란 보장은 없다. 기회가 될 때 부지런히 쌓지 못한다면 지난해에 차지한 '생존왕' 타이틀을 다른 팀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피로도 면에서는 주주 일정을 소화한 뒤 먼 원정 거리까지 감내해야 할 제주보다 강원이 조금 더 유리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동기부여 면에서는 앞으로의 네 경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할 제주가 강원보다 조금 더 절실하다. 그렇다고 강원이 마냥 양보하며 승점을 나눠줄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두 팀이 맞붙는다. 승점 3점은 어디로 향할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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