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감독은 나이는 어리지만 속은 나보다 3~4배 고수야."
박 감독이 서울 정보를 캐내기 위해 발버둥 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우승팀이어서 그럴까. 아니다. 한이 있다. 제주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7월 27일 이후 지독한 운명이 시작됐다. 여전히 흔들림은 없다. 16경기 연속 무패(10승6무)의 치욕이었다. 박 감독도 피하지 못했다. 2009년 10월 제주 지휘봉을 잡은 뒤 단 한 번도 넘지 못한 팀이 서울이다. '서울 잡는 법'은 박 감독의 숙원이다.
올해 5월 26일 기회가 있었다. 드라마 같은 대결이었다. 제주는 0-2로 뒤지다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39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대로 끝날 것 같았지만 후반 인저리타임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후반 46분 제주는 서동현의 골로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끊는 듯 했다. 하지만 2분 뒤 뼈아픈 동점골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4대4.
이날 일전을 앞두고 박 감독은 "최 감독이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3~4배 고수"라며 웃었다. 물론 "이번에는 꼭 징크스를 깨고 싶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반면 최 감독은 제주가 '보약'이다. 2011년 4월 26일 감독대행에 오른 그의 데뷔전 상대가 제주였다. 첫 승을 일궈냈다. 빗속 혈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올스타전에선 박 감독을 깍듯하게 대우했다. "리그에서는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직접 같은 시간을 보내니 좋았고 강력한 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을 모시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많은 것들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내일 경기가 끝나면 좋은 감독님들과 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울 것 같다."
스플릿 그룹A 생존 경쟁 중인 최 감독도 제주전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었다. 서울은 제주전 후 수원과의 슈퍼매치(3일 오후 7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전이 끝난 직후 수원전을 생각할 것이다. 내 머릿속에 제주가 9.5면 수원은 0.5"라며 웃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최 감독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또 한 번 '서울 극장'이 연출됐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24분 아디의 선제골로 서울쪽으로 기울었다. 하대성의 코너킥이 김진규에게 배달됐고, 다시 아디의 발끝에 걸렸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골망에 그대로 꽂혔다. 시간은 후반 45분에서 멈췄다. 인저리타임 3분이 주어졌다. 그러나 거짓말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됐다. 서울은 제주 페드로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승점 3점이 1점으로 둔갑할 수 있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징크스의 끝도 보였다. 14골로 득점 선수를 질주 중인 페드로가 키커로 섰다. 그러나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김용대의 그림같은 선방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1대0, 이것이 징크스였다. 서울은 제주전 무패 행진을 17경기로 늘렸다.
서울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최근 4연승, 홈 6연승을 기록하며 6위 자리(승점 32)를 지켰다. 3위 전북(승점 34)과의 승점 차를 2점으로 유지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