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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졸고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면 좋은 선수가 되는 시절은 지났다.
그렇다면 과연 주중 수업만 들으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축구도 성적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부도 잘해야 주전 자리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제1회 영덕대게배 전국유소년축구대회(주최:경북 영덕군, 주관:스포츠조선, SBS ESPN, 비트윈 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 참가 중인 대부분의 유스팀들은 나름의 성적 기준을 팀 운영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국가대표 출신인 유상철 전 감독이 총감독직을 맡고 있는 유소년 클럽 '유비사커'는 평균 80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경기에 뛸 수 있다. K-리그 통산 100경기를 뛴 미드필더인 하은철 감독이 지도하는 대전하은철축구교실은 한 술 더 뜬다. 프로 진입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클럽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90점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점수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볼을 잘 차는 선수라도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운동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지난날의 경험과 축구 철학이 녹아 있는 제도다. 두 클럽 외에도 대부분의 유소년 클럽들이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적순으로 주전을 가르는 이런 제도는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즐기기 위해 가입한 유소년 클럽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재홍 유비사커 감독은 "오히려 부모님들이 성적 제도를 더 반긴다. 공부를 잘하면 축구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동기부여인 셈"이라고 밝혔다. 하은철 감독 역시 "주중 정규 수업을 다 듣게 한다. 대신 방과 후 훈련을 집중력 있게 실시한다. 성적과 축구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승리의 여신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에게 미소 짓는다. 공부하는 선수 육성은 이제 과제가 아닌 대세다.
영덕=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