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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의 색깔에 따라 명암은 엇갈린다.
홍명보호가 첫 골, 첫 승 신고를 다음 경기로 미뤘다. 1차전에서 호주와 득점없이 비긴 한국은 이날 중국과 또 다시 득점없이 비겼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2무(승점 2)를 기록했다.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일전에서 최후의 운명이 결정된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 교체
왜일까. 홍명보호의 고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첫 단추인 동아시안컵은 징검다리일 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전방위 실험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K-리그를 비롯해 J-리그와 중국 리그는 시즌이 한창이라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카드였다. 후반 34분 고무열(포항)까지 투입하면서 소집된 23명 가운데 골키퍼 이범영(부산)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21명은 전원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행복한 고민, 두 배수의 풀
중국전의 가장 큰 발견은 박종우와 한국영, 중원 조합이었다. 한국영은 재발견이었다. 그는 '홍명보호의 황태자'였지만, 지난해 런던올림픽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박종우는 '독도 세리머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미 검증된 인물이다. 환상적인 활약이었다. 호주전의 하대성-이명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전반 초반은 탐색전이었다. 대변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 듯 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전반 12분 한국영의 중거리 슈팅이었다. 골키퍼가 가까스로 펀칭, 골망은 가르지 못했지만 급반전이 이루어졌다. 한국영의 활약에 박종우도 고무됐다. 둘은 중원을 장악하며 최정예로 나선 중국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했다. 영리한 볼배급과 1차 저지의 역할을 100% 소화하며 중심을 잡았다. 강력한 압박에 거친 플레이로 유명한 중국 선수들도 기를 펴지 못했다.
최강희호에서 고질이었던 좌우측 윙백도 풍성해졌다. 김민우와 이 용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큰 흠을 찾지 못했다. 오버래핑에 이은 공격 전개는 수준급이었다. 김진수-김창수에 이어 또 다른 진주를 찾았다. 중앙 수비도 합격점이었다. 중국은 간간이 공세를 펼쳤지만 후방은 든든했다.
늘어난 고민, 구관이 명관
좌우 날개인 염기훈과 조영철은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군복무로 챌린지(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염기훈은 이근호(상주)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빠른 경기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며 걷돌았다. 홍명보호에만 오면 작아지는 조영철도 적극성이 떨어졌다. 호주전의 윤일록-고요한 날개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 보직을 변경한 윤일록은 회복이 덜 된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기개로 활로를 뚫었다. 전반 28분의 슈팅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쉴새없이 측면과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격 활로를 뚫는 데 안간힘을 썼지만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골과 가장 가까운 원톱은 다시 한번 물음표로 남았다. 서동현은 3~4차례의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후반 18분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에서 나온 성급한 플레이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후반 교체투입된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도 존재감이 없었다. 호주전의 김동섭이 오히려 더 예리한 칼날을 자랑했다.
원톱에서 마무리에 실패하다보니 홍명보호는 다시 한번 무득점에 땅을 쳤다. 홍 감독으로선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졌다. 다만 실험 과정의 연속이어서 희망은 축적되고 있다. 새 얼굴의 반란은 호주전에 이어 중국전에서도 매서웠다.
화성=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