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외국인 이적시장 찬바람 이유는 '중국'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08:34


전북현대가 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의 가시와 레이솔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전북 에닝요가 가시와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15

여름 이적 시장 마감(7월31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올시즌은 유독 찬바람만 분다. 이렇다할 이적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간의 트레이드 정도만 있을 뿐이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은 거의 없다. 구단들의 푸념만 넘친다. 대부분 "쓸만한 외국인 선수가 없다. 정말 죽을 맛이다"고 이구동성이다.

이웃나라 중국이 블랙홀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미 몇몇 K-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전북의 에이스 에닝요는 이적료 10억~15억원에 중국 창춘 야타이로 이적했다. 수원의 수비를 책임지던 에디 보스나도 광저우 부리로 둥지를 옮겼다. 이달 초 수원과의 계약이 끝난 스테보도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몇몇 외국인 선수들이 중국의 러브콜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K-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이 중국에서 상한가를 치는 것은 '높은 효율성' 때문이다. 한 때 중국은 니콜라스 아넬카나 디디에 드로그바같이 유럽 빅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관심을 두었다. 비싸기는 했지만 홍보 효과가 컸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 주석은 축구 광팬이다. 중국은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사회주의를 표방한다. 중국 재벌들로서는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들어야만 비즈니스를 하기 편하다. 재벌들은 시진핑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축구단을 소유하고 더 나아가 이름값 높은 선수들 영입에 나섰다.

문제는 효율성이었다. 상하이 선화가 영입한 아넬카의 경우 연봉만 11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아넬카는 상하이에서 24경기에 나서 3골을 넣는데 그쳤다. 1골당 36억원꼴이었다. 드로그바도 마찬가지였다. 상하이는 드로그바에게 4억7500만원의 주급을 주는 조건으로 데려왔다. 드로그바는 6개월간 뛰며 114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드로그바는 11경기에서 8골을 넣는데 그쳤다. 한 골당 14억원에 달했다.

반면 K-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은 달랐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경기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 아시아 축구에 대한 적응도 이미 마쳤다. 중국 구단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연봉으로 15억~20억원 정도만 들이면 데려올 수 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자원들이었다.

중국 구단들의 공세 때문에 K-리그 빅클럽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하면 중국팀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렇다고해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을 선뜻 데려올 수도 없다. 빅클럽들을 경영하고 있는 모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돈줄을 묶었다. 외국인 선수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한 에이전트는 "K-리그 빅클럽들이 알아봐달라고 하는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은 이미 중국 구단들의 레이더망에도 올라와 있다. 이미 2~3배 가격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 K-리그 빅클럽들은 좋은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K-리그는 중국이나 중동 등 돈많은 팀들 사이에 끼인 넛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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