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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선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이틀간 준비한 것 이상으로 훌륭한 경기를 해줬다."
홍 감독 스스로의 평가처럼 '이틀간 준비한 것 이상'이었다. 골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8명의 K-리거, 2명의 J-리거, 1명의 중국리거가 선발로 나섰다. 6월 A매치 휴식기 이후 보름 넘게 K-리그 그라운드에서 주중, 주말경기를 쉴새없이 치러온 선수들의 경기체력, 경기감각은 물이 올랐다. 강력한 체력에 '원팀 원스피릿 원골'의 강인한 정신력, 투지가 더해졌다.골키퍼 정성룡을 제외한 10명의 선발 필드플레이어의 평균연령은 24.2세, A매치 출전기록은 평균 4.7회다. 필드플레이어들의 A매치 출전기록을 모두 합해도(47회) 골키퍼 정성룡(50회)보다 적다. A매치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는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10경기 1골)이 유일했다. 공수의 핵으로 뛴 김동섭(성남) 윤일록(서울) 김진수(알비렉스 니카타) 등은 심지어 A매치 데뷔전이었다. 홍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투지를 믿었다. 팀 동력으로 적극 활용했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라는 선발의 원칙은 이날도 흔들림이 없었다. 경험은 적지만, 실력을 갖춘 이들에게 확실한 동기가 부여됐다. 인터뷰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도 전했다. "첫 소집이고 첫 경기니 긴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긴장해서 평소 모습을 못 보여준다면 아쉽지만 다음은 없을 수밖에 없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필사적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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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측면에선 1992년생 공격수 윤일록과 수비수 김진수 조합이 바지런히 사이드라인을 오르내리며 공격에 활력을 부여했다. 김진수와 윤일록은 '이광종의 아이들'이다. 2009년 이광종 감독이 이끌던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함 나이지리아월드컵 8강 신화를 썼다. 2011년 20세 이하 콜롬비아월드컵에선 16강행을 이뤘다. 연령별 대표팀은 물론 큰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동갑내기 대표팀 막내들은 첫 A매치의 분위기에 쫄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어린선수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경쾌했다. 22번, 33번 등번호를 달고 종횡무진, 신나게 왼쪽라인을 달렸다. 패기만만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수비라인에선 '홍명보의 아이들'이 발을 맞췄다. 홍정호(제주) 김영권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의 '런던올림픽 동메달 라인'이 중심을 잡았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공간과 압박'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들이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선수들이 적극적인 전방위 프레싱을 가동했다. 홍명보호의 데뷔전, 용병술은 적중했다. 서로의 스타일을 아는 끈끈한 '씨실날실' 조합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첫 무대지만 익숙한 호흡으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홍 감독으로부터 "수비면에서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이례적인 극찬을, 적장인 홀거 오지크 호주 감독으로부터 "젊고 야망 있었다(young and ambitious). 속도도 빨랐고 기술도 훌륭했다. 강력한 프레싱이 위협적이었다"는 호평을 들었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