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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은 전혀 없다. 숨이 차는 오르막길 뿐이다. 가다가 쉴 곳도 없다. 목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환희를 상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밖에 없다.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정문에서 숙소동까지 이어지는 350m의 'ㄱ자' 오르막길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홍 감독 자신에게 겨눈 칼이기도 했다. 350m의 오르막길은 홍 감독이 내년 월드컵까지 가야 할 길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월드컵 개막까지는 331일 남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락으로 떨어진 팀을 끌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 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홍 감독은 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990년 처음으로 대표선수로 뽑혔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는 파주 NFC가 없었다. 진해 선수촌에 훈련하러 갔다. 설레면서도 긴장됐다. 버스 이동하는 5~6시간 동안 잠을 못 이루었다"고 했다. 이어 "파주에는 2001년 처음 왔다. 정문부터 숙소동까지 걸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걸어가면서 나를 돌아보고 A대표팀 감독으로 남은 시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모두 홍 감독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모두들 "걸으면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자. 너무 부담감을 갖지 말고 편안하게 하자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 모두 정장 입고 올라오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간절함 그리고 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느꼈다"면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파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