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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8년 만에 한국 땅 밟은 北女들, 미소 띄며 입국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7-18 23:30


◇북한 선수단이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과 경찰에 둘러싸인 북한 선수단이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8일 늦은 밤의 인천국제공항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수많은 카메라와 눈이 한 곳에 집중됐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안기헌 전무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경찰 1개 중대 병력의 인간 바리게이트가 세워졌다. 곳곳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나옵니다." 입국장 내부를 둘러보던 공항 직원의 한 마디에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북한 여자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부 1회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선수단 21명에 관계자 18명 등 총 39명의 선수단이 꾸려졌다. 외교부 특별 허가를 받은 조총련 응원단 33명도 선수단보다 앞서 입국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오는 28일까지 국내에 체류하면서 동아시안컵 3경기를 치르게 된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북한 선수단을 태운 베이징발 항공기는 예정 시간보다 20분 빠른 오후 9시50분 착륙했다. 그러나 북한 선수단은 1시간이 넘도록 입국장을 빠져 나오지 않았다. 입국장 게이트 앞에 서서 기다리던 허 부회장과 안 전무도 잠시 자리를 비우고 숨을 돌릴 정도였다. 열기는 뜨거웠다. 국내외 취재진의 취재경쟁은 치열했다. 대회 취재를 위해 방한한 중국-일본 취재진도 자국에 소식을 타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북한 선수단은 단 5분 만에 공항 건물을 빠져 나갔다. 오후 10시53분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임원진이 허 부회장, 안 전무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공항경비대의 안내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선수들도 수많은 취재진 앞에 다소 놀란 듯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준비된 버스로 이동했다. 다소 경직됐을 법한 모습을 상상했으나, 의외로 표정은 밝았다. 취재경쟁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선수와 임원도 보였다. 선수단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취재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동선이 무너지면서 북한 선수단이 버스 앞에 무인지경의 상황에 놓이는 듯 했으나, 경찰 병력이 잽싸게 애워싸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북한 선수단은 버스 내에서 인원 확인 등을 한 뒤 숙소로 출발했다.

허 부회장은 "임원 중에 몇몇 구면인 이들이 있더라. 먼저 '오랜만이다'라고 인사를 해 반갑게 맞았다"고 밝혔다.

북한 선수단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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