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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신기자의 開口]누구를 위한 논란인가, 갈 길이 바쁘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09:08 | 최종수정 2013-07-04 09:12


지난 월드컵예선에서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생각에 잠긴 최강희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말이 오해를 낳는다. 논란을 부른다. 화를 부른다.

그래서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 귀가 두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다 있다고 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고들 했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래서 현실이 더 안타깝다. "수고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생들 많았다"…, 이런 배려와 격려, 감사의 마음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여유는 다 팔아먹은 듯 하다.

갈수록 사회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각박해지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맨들은 그래서는 안된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줄 줄 알아야 한다. 감싸줄 줄 알아야 한다. 참고 견딜줄 알아야 한다. 방금 전까지 잡아먹을 듯 싸워도, 끝나면 끌어안는 게 스포츠다. 패자도 승자를 축하해주는 게 스포츠다. 그게 스포츠정신이다. 하물며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라면야.

각박한 사회와 달라야 한다. 스포츠정신은 변하면 안된다.

정말 시끄럽다. 불화설, 반박, 논란…, 말이 말을 부르고,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언론의 '확대재생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후폭풍이 거센 대표팀 트위터 이야기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했다. "선수는 운동장에서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실력으로 평가를 받으면 된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게 축구 실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제 얼굴에 침 뱉기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최강희 감독의 말에 섭섭할 수 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 SNS는 개인의 소통공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자. 확실한 게 있다. 축구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비난받고 있는 A대표팀이다. 감독의 잘못이든, 선수의 잘못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정말 무의미하다. "당신이 조금 더 잘못했소"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조금 덜 잘못했소"라는 자위밖에 되지 않는다. 같이 머리 숙이고, 노력하고, 갈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이 부분에서는 기자도 미안함이 있다. 실망감에 꼭 했어야 할 말을 생각하지 못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라는 말 말이다. 월드컵본선 8회 연속진출의 노고를 잊었었다.

아침에 윤석영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최강희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사과와 해명의 글을 올렸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평가하는 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인데, 다른 감정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 듯합니다. 최강희 감독 선생님은 저를 A매치 데뷔시켜주신 고마우신 분이고, 항상 선수를 챙겨주시는 분입니다. 최근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이게 대표팀 갈등으로까지 확대해석되니 감독님께 심려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훈련장에 다녀왔다가 기사 보고 깜짝 놀랐네요. 추스려서 시즌 준비 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전날 최 감독의 '혈액형 발언'에 대한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었다. "O형의 경우 성격은 좋지만 덜렁거리고 종종 집중력을 잃어, 경기전에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라는 말에 O형인 수비수 이름을 열거했다. '2002년 태극전사 수비수 대부분이 O형'이라는 것이었다. 항명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대표팀내 불화, 있을 수 있다. 외국 대표팀에서 그런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상식을 넘어서는 일도 많다. 그렇다고 그런 것까지 '세계화'에 발맞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서가 있다. 우리의 근본이 있다. 불화가 있었다면 털어내면 된다.

결과적으로 새 대표팀에 큰 숙제가 생겼다. 갈길도 바쁜데, 소통과 화합이 또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또 한번의 월드컵 기적이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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