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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의 못다한이야기② "뻥축구가 나온 이유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7-03 01:02 | 최종수정 2013-07-03 01:06



내 스타일을 잃다

마지막 3연전은 졸전의 연속이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이뤄냈지만 이란전 패배로 분위기가 탈락 이상으로 침울했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도 소위 '뻥 축구'라고 불리던 경기력이었다. "매경기 벼랑끝 승부를 펼쳐야 했다. 원래 레바논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머지 2연전에서 부진을 씻을 수 있도록 미드필드를 역삼각형으로 놓고 공격적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하려 했다. 그러나 레바논전을 비기고 쫓기는 승부를 하게 되고, 김남일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뻥축구가 나오게 됐다." 최 감독은 책임을 통감했다. "어느날, 대표팀 소집을 해도 내가 잔소리를 하게 되고 미팅도 많아졌다. 레바논전 이후 쫓기는 승부 속에 한 경기에 급급하다보니 내가 전혀 다른 스타일이 됐다." 지금은 모든 상처를 잊었다. 전임 감독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랄 뿐이다. "'땜빵'인 시한부 감독은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지만 결과를 보면 한국 축구의 큰 손실이다. 여러가지 문제들을 홍명보 감독이 흔쾌하게 날려주고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선수들에게 향했다. "감독 때문에 선수들이 애를 많이 썼다. 이란전 끝나고 뜨거운 포옹을 한다든지 고마운 마음을 표현 못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제 옷을 입다

최 감독은 지난달 28일 봉동으로 복귀하기전 대표팀 취임 당시 기자회견을 동영상을 다시 봤다고 한다. "내가 저렇게 젊었었나. 허정무 부회장이 대표팀 감독 1년 하면 10년 늙는다고 하던데 공감한다." 1년 6개월 새 바뀐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18개월의 세월 이상으로 겉모습이 변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반발을 조금 하자면 얼굴 살을 조금 뺐다. 정확히 얘기하면 빠진게 아니고 일부러 뺐다. 원래는 뱃살을 빼려고 했는데 얼굴살이 빠지니, 만나는 사람마다 대표팀에서 상처 받아서 살까지 빠지고 늙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제 오해도, 얼굴 살이 빠질 일도 없다. 몸에 맞는 옷을 딱 입었다. 2011년, 좋았던 그 시절의 기억만 되찾으면 된다. 최 감독은 "1년 반 동안 뭔가 안맞는 옷을 입어 불편한 느낌이 들었는데 전북에 와서 며칠만에 그런 느낌이 싹 없어졌다. 제자리를 찾았구나, 제 옷을 입었구나 싶다"고 했다. 다시 프로팀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외모만 변한게 아니었다. 7년 만에 전북을 벗어나 밖에서 K-리그를 지켜보며 생각도 바뀌었다. "대표팀 감독으로 있다보니 K-리그 전체가 보이더라. TV 중계도 없고, 관중석도 비어있다. K-리그 팬들이 느끼는 서러움을 알겠다. 전북에 있을 때는 성적에만 연연했는데 이제 K-리그 전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우승도 중요하지만 '내가 내 팀부터 홍보를 해야 한다. 일단 경기장을 채워야 한다. 한 명의 팬이라도 끌어 들이자. 관심을 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면 내가 나서서 하자'는 생각이 예전보다 더 확실해졌다. 나는 오늘도 봉동 훈련장에 오는 팬들 밥 사주러 가야 한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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