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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최강희 감독 복귀전, '봉동이장' 귀환 모습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08:06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복귀한 전북현대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와 경기를 벌였다. 최강희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오고 있다.
전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30/

그의 목에는 A대표팀 당시 자주 착용하던 빨간 넥타이가 없었다. 지난 1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이란전을 끝으로 빨간색과 이별을 했다.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목에는 녹색 넥타이가 묶여 있었다.

'봉동이장'이 돌아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이뤄낸 뒤 1년 6개월만에 전북으로 복귀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안방에서 열린 경남과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를 통해 화끈한 복귀전을 치렀다. 녹색 넥타이를 맨 그의 모습은 마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2011년, '봉동이장' 시절 선보였던 유머감각과 여유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경기력은 2011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경남전 대승에도 최 감독 앞에 놓인 숙제는 가득해 보였다.


'봉동이장' 환대를 받다

최 감독은 2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 훈련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 복귀후 가진 첫 공식석상이었다. 1년 6개월동안 그를 기다린 50여명의 팬들이 한 걸음에 달려와 '봉동이장'의 복귀를 반겼다. 소나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최 감독은 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제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모습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훈련장을 지키던 팬들과 한 명씩 사진을 찍는 등 소박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29일, 훈련장에는 200여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최 감독은 '수박 파티'를 열며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를 잊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최 감독은 약속을 했다. "훈련장에 팬들이 많이 오셔서 놀랐다. 예전에는 내가 알던 팬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양하게 많이 오셨다. 팬들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기다리신 것을 잘 알고 있다. 2011년의 옛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홈에서는 절대 무기력하지 않게 경기를 하겠다." 최 감독의 복귀전이 열린 경남전에는 8448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 시작 전 최 감독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그가 등장하자 큰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전북 서포터스와 팬들이 기립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최·강·희'를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전주성을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성대한 복귀식은 없었다. 당초 전북은 최 감독의 그라운드 입장 이벤트를 준비했다. 준비와 달리 최 감독은 조용하게 등장했다. 최 감독의 뜻이었다. 차분하게 경기장에 들어선 최 감독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 뒤 밝게 웃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최 감독은 양복 상의를 벗어 놓은 뒤 벤치 앞에 섰다. 571일만의 전북 복귀전이 팬들의 환대와 함께 시작됐다.


[Before the match]다 엉망이다!

팬들에게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1년 6개월 사이 변한 팀을 지켜보며 선수들을 단단히 혼냈다. 최 감독은 "나는 전주에 와서 잠도 잘자고 마음이 편한데 팀이 이렇게 망가져 있을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팀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시즌 중인데 경기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 이 상태에서 A매치 휴식기동안 1주일 휴가를 다녀왔다. 훈련도 못했고 몸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부산전은 못봤는데 터무니 없는 얘기를 들었다. 선수들이 휴가 갈 생각에 들떴다고 했다. 화가 난다. 선수들과의 만남이 설레이고 기대가 돼야 하는데 첫 대면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다. 외국 선수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로 팀 분위기가 악화돼 있다." 최 감독은 빠른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팀을 맡으면서 팀 미팅과 잔소리를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한다. 이번에 미팅 하면서 싫은 소리, 자극적인 얘기 다 했다. 이제 선수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 이틀간의 준비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최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정신력'이었다. 그는 "지금 시간이 없어 팀을 만들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선수단에 '축구가 능력과 경기 운영 말고도 정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종목이다'라고 얘기하며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경남전에 앞서 '횡패스 금지' '빠른 템포' '공격적인 경기 운영' 등 세 가지 원칙을 선수단에 주문했다.


달라진 전북? 절반의 성공?


최 감독은 전북에 오자마자 스쿼드에 변화를 줬다. 올시즌 내내 유지하던 4-2-3-1 전술에 칼을 댔다. 이동국과 케빈을 전방에 내세운 4-4-2 전술을 꺼내 들었다.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 정 혁 서상민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다. 지난 수원전에서 신홍기 수석코치가 같은 전술을 사용했다. 최 감독은 여기에 수비의 응집력, 강한 압박을 강조했다. 포백 라인에도 손을 댔다. 중앙 수비수 임유환의 공백을 메우던 김상식을 빼고 2경기 출전에 불과한 윌킨슨을 전격 기용했다. 골키퍼 장갑은 권순태 대신 최은성이 꼈다. 팀내 강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변화였다.

전반전, 전북은 공수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 미드필드로부터 전진 패스가 없다보니 '뻥'축구가 이어졌다. 수비의 응집력은 좋아졌지만 미드필드부터 만들어가는 플레이 없이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기와 높이에 의존한 공격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 앞에 서서 고개를 흔들었다. 전반 45분, 케빈이 레오나르도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넣어도 박수만 두번 칠 뿐, 웃지 않았다.

후반에 케빈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최 감독의 굳었던 표정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후반 12분, 케빈의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이 경남의 골망을 가르자 최 감독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을 따내는 선수들의 투지가 그의 굳었던 마음을 풀어준 듯 했다. 후반 24분과 후반 30분 '애제자' 이동국의 골이 연거푸 터지고 나서야 최 감독은 비로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팀에 네 번째 골을 선사하고 교체 아웃된 이동국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만들어낸 장본인, 최 감독의 복귀전은 4골이 터진 닥공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잦은 패스 미스, 미드필드 플레이의 실종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

[After the match]전북 팬들에게 바친 승리

"나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홈 팬들에게 바친 승리다." 최 감독의 얼굴에 주름이 펴졌다. 그동안 부진했던 전북의 경기력을 지켜본 홈 팬들에게 대승으로 보답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웠다. 그는 "숙소에 있을 때와 경기장에 들어설 때 마음이 편안했다. 그때 '봉동 체질이구나'라고 느꼈다"라고 했다.

최 감독이 세 번째 골에 미소를 보인 이유도 밝혀졌다. 그는 "전반에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하다보니 소극적이었다. 사실 2-0 리드가 가장 위험한 스코어다. 3-0이 됐을 때 승리를 확신했다. 이동국이 넣어서 기뻤다. 심각한 편애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워낙 홈팬들도 기대를 하고 있어서 오늘은 경기력이나 경기 운영보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보려고 했다. 투혼을 발휘해줘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희망찬 미래도 엿봤다. "김정우 서상민 정 혁 등 미드필더들이 돌아오면 전북다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도 재정비해야 한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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