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신화' 향수 짙은 레버쿠젠은 어떤 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6-16 14:37 | 최종수정 2013-06-17 08:03


◇바이엘 레버쿠젠의 홈구장인 바이아레나의 모습. 레버쿠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극성스런 팬층을 가진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출처=레버쿠젠 구단 홈페이지

레버쿠젠 하면 떠오르는게 '갈색 폭격기'의 향수다.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레버쿠젠이 독일에서 강팀 대접을 받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이전까지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그저 그런 팀이었다. 1983년 차범근(전 수원 감독)의 이적이 터닝포인트였다. 고비 때마다 골을 터뜨리는 '차붐'의 위력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레버쿠젠을 서서히 끌어 올렸다. 갈색 피부와 눈빛을 가진 극동의 청년에게 반신반의했던 레버쿠젠 선수단과 팬들도 이내 실력을 인정했다. 1987~19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현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에스파뇰과 결승에서 맞붙은 레버쿠젠은 1차전 원정에서 0대3 참패를 당했다. 사실상 우승에서 멀어졌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차붐'이 기적을 일으켰다. 2-0이던 후반 39분 극적인 득점을 터뜨리면서 합계점수 3-3 균형이 맞춰졌다. 이 골에 힘입어 레버쿠젠은 승부차기 혈투 끝에 에스파뇰을 잡고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맛봤다. 차범근이 레버쿠젠에서 지금까지 영웅대접을 받는 이유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일조했던 차두리(서울)가 레버쿠젠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작용을 했다. 차범근은 7시즌 간 레버쿠젠에서 뛰면서 52골을 넣어 레버쿠젠 개인 최다득점 6위를 기록 중이다.

레버쿠젠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시즌 중 4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1~2002시즌엔 분데스리가 뿐만 아니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FA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준우승 트레블'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만년 2인자' '네버쿠젠'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다.

손흥민의 이적을 두고 차 전 감독은 "이번 이적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 될 계약이라고 본다. 손흥민이 레버쿠젠과 함께 성공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손흥민은 나와 포지션이 같은데다가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나의 현역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레버쿠젠은 2012~2013시즌 분데스리가 3위를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2013~2014시즌은 사미 히피아 감독(40) 체제로 운영된다. 현역시절 핀란드 대표팀의 전설로 통했던 히피아 감독은 지난시즌 사샤 레반도프스키 감독과 공동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 감독이 유스 아카데미로 자리를 옮기면서 히피아 감독 체제로 일원화 됐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미드필더 시몬 롤페스(31)가 주장 완장을 차고 있으며, 공격수 스테판 키슬링(29)이 스타로 꼽힌다. 차 전 감독은 "레버쿠젠은 나 때문에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며 "레버쿠젠 팬들은 손흥민을 믿어 줄 것이고 이 점이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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