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그라운드, 팬과 중계 사이 딜레마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5-27 18:20 | 최종수정 2013-05-28 11:43



지난 주말, 팬들은 '골 잔치'에 환호했다.

25~26일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7경기)에서 터진 골은 총 29골이었다. 경기당 4.14골이 터졌다. 2011년 17라운드(7월 9~10일·32골)에 이어 역대 한 라운드 최다득점 2위의 많은 골이 나왔다. 26일 제주-서울전(4대4 무)에선 무려 8차례나 골망이 흔들렸다.

기쁨 반, 씁쓸함 반이었다. 골이 많이 나온 이유 중 하나로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를 꼽을 수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체력저하가 빨리 찾아온다. 행운의 골이 많이 터지는 이유다. A대표팀이 중동 원정에서 고전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13라운드에 열린 경기 시간을 살펴보자. 7경기 모두 햇볕이 가장 뜨거웠던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열렸다. 지열로 데워진 그라운드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고려해 저녁 시간대로 옮겨 경기를 치를 수는 없었을까.

딜레마가 존재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동절기와 하절기로 나눠 경기시간을 정한다. 6월 말까지인 동절기에는 오후 2~4시 사이에 경기를 개최하기로 구단과 합의했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변경은 힘들다.

또 무시할 수 없는 요소는 방송 중계 확보다. 5월부터 스케줄을 당겨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하절기처럼 오후 7~8시 경기를 치르면 방송 중계를 확보하기 힘들다. 인기가 높아진 야구 경기에 밀린다. 6월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오후 2~4시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연맹은 많은 노력을 했다. 연맹은 시간대를 조정, 27일까지 케이블, ITV, 지역 민방,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98%의 경기를 중계할 수 있게 했다. 이젠 "중계 좀 해주세요"라는 팬들의 볼멘소리가 없어졌다. 연맹 관계자는 "많은 매개체를 통한 노출 확대는 훗날 K-리그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을 때를 대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맹의 노력에도 더운 날씨 탓에 선수들의 경기력은 떨어지고 있다. 골만 많이 난다고 해서 팬들은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 관전 환경과 좋은 경기력이 동반돼야 한다. 팬 확충은 연맹과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중계 확보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A구단 관계자는 "축구계가 '팬이 먼저냐, 중계가 먼저냐'의 딜레마의 빠져있다. 상황이 너무 열악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해답은 하나다. K-리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보장되면서, 팬들도 많이 모을 수 있는 시간에 방송사가 서로 중계를 하겠다고 다투는 그런 K-리그를 보고싶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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