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1·함부르크)은 갈림길에 서있다. 선택은 '잔류' 혹은 '이적'이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손흥민을 귀국전 독일 함부르크 임테흐 아레나에서 만났다. 손흥민은 "이제부터 이적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은 없다.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하면서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안정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요주의 선수가 됐다. 다음 시즌 상대팀들은 손흥민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이미 손흥민의 주요 공격 패턴은 다 파악이 된 상태다. 수비진들의 집중 견제를 시달리다보면 컨디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함부르크의 미드필더 지원 능력도 문제다. 공격의 시발점인 라파얼 판 데르 파르트는 노쇠화가 시작됐다.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뛰던 전성기에 비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마르첼 얀센이나 페트르 지라첵 등 2선 미드필더들 역시 공격 전개 능력이 나쁘다. 함부르크는 재정 상태가 그리 탄탄하지 않다. 손흥민 한 명을 잡는 것도 버겁다. 새로운 미드필더 영입은 어려워 보인다. 미드필더진에 큰 변화가 없다면 다음 시즌 손흥민은 고전을 피할 수 없다.
이적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유럽 대항전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UCL)나 유로파리그는 새로운 무대다. 독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 그리고 선수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아직 어린 손흥민에게 유럽 대항전 출전 자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함부르크에서는 불가능하다. 함부르크는 2012~2013시즌에서 14승 6무 14패(승점 48)를 거두며 7위에 그쳤다. 분데스리가에서는 6위까지만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준다.
손흥민은 "선수라면 누구나 유럽대항전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흥민 측도 이적을 한다면 유럽무대에 나설 수 있는 팀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때마침 도르트문트와 토트넘이 손흥민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다음 시즌 도르트문트는 UCL,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 나선다.
다만 불확실성이 걱정스럽다.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적응해야 한다. 손흥민은 아직 프로 선수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리그를 바꾸는 등의 급격한 변화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