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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최종전' 8인8색, 작별 이야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5-20 15:19


사진캡처=더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다.

20일(한국시각) 치러진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은 한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의 작별인사로 가득했다. 축복 가득한 작별도, 아쉬운 작별도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은 서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것이 그들이 영웅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그는 웨스트브롬위치전을 끝으로 27년간 맨유 통치를 마감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서 치른 1500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은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맨유 서포터스를 찾아가 환호에 답했다. 마지막 경기였지만 퍼거슨 감독 특유의 승부사 기질은 여전했다. 5-2로 앞서던 경기가 5대5 무승부로 끝이나자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승리를 갈구했던 그 모습 그대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번 경기는 폴 스콜스의 은퇴경기이기도 했다. 후반 24분 교체투입된 스콜스는 관중들의 환호속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의 717번째 맨유 경기였다. 1991년 맨유 유소년팀에 입단한 스콜스는 1993년 1군에 데뷔한 이래 맨유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지난 애스턴빌라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던 스콜스는 이날 22분 활약을 끝으로 맨유팬은 물론, 잉글랜드 팬들과도 작별을 고했다. 그는 열정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하며 한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리버풀 앤필드에서 펼쳐진 리버풀과 퀸즈파크레인저스전에서는 제이미 캐러거가 은퇴식을 갖았다. 선발 출전한 캐러거는 팬들과 전 선수단의 박수속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팬들은 'JC 23'이라는 플래카드로 캐러거를 감동시켰다. 1997년 1군에 데뷔한 캐러거는 리버풀 원클럽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캐러거의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견고한 수비 뿐만 아니라 벼락 같은 슈팅으로 한차례 골대를 맞추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스토크시티)도 최종전에서 고별무대를 가졌다. 사우스햄턴 원정경기에서 후반 29분 교체투입된 오언은 16분간 스토크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잦은 부상으로 짧은 전성기를 보냈지만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이자 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언 특유의 스피드는 볼 수 없었지만, 팬들은 17년간 기쁨을 선사했던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필 네빌(에버턴)과 스틸리안 페트로프(애스턴빌라)도 이번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네빌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함께 맨유 코치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백혈병을 극복하지 못한 페트로프는 자선 사업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1993년부터 뉴캐슬의 골문을 지켰던 스티브 하퍼도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첼시와 에버턴전은 두 사령탑의 마지막 경기였다. 첼시 팬들의 지독한 증오를 받았던 라파 베니테스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임시 감독 신분이었던 베니테스 감독은 올시즌 첼시에 유로파리그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안기며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팬들도 결국 마음을 열었다. '베니테스 떠나라'를 외쳤던 팬들은 '우리는 당신을 용서했습니다'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11년간 에버턴을 이끌었던 모예스 감독은 맨유로 떠나기 전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팬들도 떠나는 영웅에게 행운을 빌어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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