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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이긴다."
2011년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청운의 꿈을 품고 떠난 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고집스러운 마틴 오닐 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기존의 베스트11만 줄기차게 내세우는 안정적인 스타일은 2년차를 맞은 2012년에도 변하지 않았다. 한국대표팀 주공격수 지동원은 그저 20대 초반 유망주로 분류됐다. 지난해 여름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사기가 충천했다. 한창 뛰며, 실력을 끌어올릴 중요한 시기에 타국의 벤치는 가혹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스스로 길을 열기로 결심했다. 과감한 변화를 모색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무조건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원했다.
2013년 새해 첫날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강등권' 아우크스부르크 6개월 임대가 전격 성사됐다. 그라운드에 목마른 지동원에게 아우크스부르크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구 특공대'의 한축인 절친 구자철이 중원사령관으로서 이미 성공적인 적응을 끝냈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성실한 코리안리거를 중용했다. 구자철과 함께 지동원을 믿고 썼다. 하반기 17경기, 전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총 1495분을 뛰었다. 17경기에서 41개의 슈팅을 쏘아올렸고, 이중 5개의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5골 모두 홈에서 터뜨렸고, 지동원이 골을 터뜨린 4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는 승리했다. 2월23일 호펜하임전(2대1 승)에서 경기만에 리그 데뷔골을 기록했고, 4월14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빅리그 첫 멀티골(2대0 승)을 기록했으며, 4월27일 슈투트가르트전, 18일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각 1골을 기록했다. 왼발로 2골, 오른발로 3골을 밀어넣으며 전천후 감각을 보여줬다. 2골을 터뜨린 프랑크푸르트전에선 심판의 판정탓에 아쉽게 첫 해트트릭을 놓쳤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순둥이' 스타일의 플레이도 적극적인 방식으로 변했다. 17경기에서 35개의 파울을 범했고, 22개의 파울을 당했다. 2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17경기에서 총 492개의 패스를 기록했고, 패스성공률은 79.9%였다. 지동원의 진가를 알아본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 묀헨글라드바흐 등 독일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원소속팀 선덜랜드 역시 2014년 여름까지 계약이 남은 지동원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이적료를 300만 유로(약 43억원·추정치)로 책정했다.
지동원의 영입은 아우크스부르크로서도 '신의 한수'였다. 전반기 단 1승에 그쳤던 아우크스부르크가 환골탈태했다. 후반기 17경기에서 7승3무7패를 기록했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레버쿠젠, 프라이부르크 등에 이어 하반기 승률에선 상위권을 달렸다. 결국 최종전에서 강등 탈출 드라마를 썼다. 지동원에게도, 아우크스부르크에게도 성공적인 5개월 동거였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18일 아우크스부르크의 강등탈출 뉴스를 메인화면에 띄웠다. 쐐기골을 넣은 후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지동원의 환희에 찬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