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40주년 포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5-15 16:47 | 최종수정 2013-05-16 07:12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지난 1975년 9월 열린 신일본제철 초청 한-일 친선대회에서 시축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가 명문팀으로 인정 받는 이유는 실력 때문 만은 아니다. 전통과 역사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에도 아시아 무대를 주름 잡는 명문 팀들이 수두룩 하다. 하지만 그 역사를 비교해보면 고개가 숙여지는게 사실이다.

포항 스틸러스에겐 '전통의 명가'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실업 시절이던 1973년 포항제철 실업축구단으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역사가 숨쉬고 있다. 그간 포항 소속으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만 60명이 넘는다. 스타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축구전용구장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던 1990년 포항 스틸야드를 준공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포항시 외곽 송라면에 대규모 연습구장을 겸비한 클럽하우스까지 구축하면서 프로축구 인프라 선진화에 앞장섰다. 모기업 포스코의 장학재단 산하 연령별 축구부는 유스시스템 조기 정착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매년 준척급 인재들이 3~4명씩 나오면서 유럽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갖춘 팀이 됐다. 프로통산 4회 리그 우승, 3차례 아시아 정상 등극, 세계 3위(클럽월드컵)라는 성과는 그야말로 영광의 발자국이다. 초대 구단주이자 포스코 신화를 이끈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선견지명과 열정, 구단을 지탱해온 프런트와 선수 모두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흔살이 된 포항의 현재는 긍정반 우려반이다. 경기력 면에서는 지난 세월의 영광을 유지하고 있다. 현역시절 레전드였던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선수단엔 유스 출신 선수들이 절반 이상이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클래식 11경기 연속 무패(6승5무)를 기록하면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탈락이 아쉽지만, 전력 약화의 우려와 달리 선전을 거듭하며 명문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선수단에 대한 소극적인 투자와 현상유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정의 현실은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의 40년에서도 포항이 발자취에 걸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일찌감치 구축된 선수 수급 시스템과 지난 영광으로 세운 특별한 자존심은 앞으로도 포항이 쉽게 범접하기 힘든 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뒤늦게 유스 시스템 구축에 뛰어든 수도권 명문 서울, 수원의 막강한 자금력과 싸워야 하는 현실 속에 지금처럼 수월하게 유망주 발굴이 이뤄질 지는 불투명 하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프런트 구성이 계속될 경우 업무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지금처럼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지역적 특수성에 기댄 독점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포항야구장 신축으로 시작된 프로야구와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고 있다. 변화와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포항은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릴 대구FC와의 13라운드에서 창단 40주년 행사를 갖는다. 이회택 이흥실 최순호 등 현역시절 포항의 얼굴로 자리를 잡았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또 명예의 전당 헌액식과 더불어 구단의 산파 역할을 한 고 박 명예회장에게 헌정하는 '청암존' 선포식도 열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