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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행진 전남 '우리 종호가 달라졌어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5-15 17:47 | 최종수정 2013-05-16 07:12



'우리 종호가 달라졌어요.'

'광양루니' 이종호(21·전남)는 올시즌 지지 않는 전남의 중심에 서 있다. 3월2일 시즌 개막전인 제주전에서 전반 27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0대1로 패한 후 남몰래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후 한달 가까이 골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달 7일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강원전(1대1 무)에서 마수걸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종호가 부활한 그날 이후 7경기에서 전남은 2승5무로 지지 않았다. 이종호는 2골3도움,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중이다.

이종호는 광양제철고 시절 '광양루니'라는 별명과 함께 고교 최고 스트라이커로 손꼽혔다. '전남 유스' 출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1년 후배이자 절친이다. 2011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1경기에서 2골3도움에 그쳤다. 지난해 33경기에서 6골2도움을 기록했다. 정해성 전 전남 감독은 "저돌적이고 투지가 넘친다. 가능성은 많지만, 너무 조급하다. 마무리에서 좀더 침착해져야 한다"는 조언을 입버릇처럼 건넸다. "천천히, 침착하게…"는 이종호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였다.

2013년, 어느덧 3년차가 됐다. 올시즌 이종호의 변화는 놀랍다. 플레이가 성숙해지고 있다. 스승들의 헌신,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연령별 대표팀, 엘리트 코스를 거친 골잡이답게 욕심이 많다. 올시즌 하석주 감독 아래서 '배려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팀내 최다 도움, 리그 도움 4위의 기록이 변화를 말해준다. 지독한 PK 트라우마에 시달릴 무렵, '캐논슈터' 노상래 수석코치가 이종호를 방으로 불렀다. 1대1 비디오 미팅을 통해 문제점과 해결법을 또박또박 멘토링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7일 강원 원정에서의 시즌 첫 골은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이었다. 전남이 첫승을 기록한 지난달 13일 대전전(3대1 승)에서 나홀로 2도움을 기록했다. 5일 경남 원정(1대0)에선 전반 40분 침착하고 감각적인 힐킥으로 이현승의 결승골을 도왔다. 11일 '강호' 전북전에선 문전 혼전상황에서 극도로 침착한 피니시 능력을 보여줬다. 시즌 2호골을 신고했다. 이종호는 분명히 달라졌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종호는 "요즘 비디오 분석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심동운 전현철 등 최연소 토종 공격라인 중 1m79인 내가 최장신이다. 부족한 '타깃맨' 역할을 위해 이동국, 데얀 등 리그 최고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수십번 모니터링한다"고 답했다. 이중권 이슬찬 등 선후배와 개인훈련, 미니게임을 하며 비디오 내용을 복기한다. 동료들을 이용하고, 배려하는 법을 깨우쳐가고 있다. 일주일에 2~3번 김태호 등 '운동벌레' 선수들과 함께 요가수업도 듣는다. 요가를 통해 유연성을 기르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

이종호는 스승의 날을 맞아 프로축구연맹이 실시한 설문에서 하 감독을 '상남자'라는 한단어로 표현했다. "감독님은 남자 중에 남자다. 대담하고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절대로 물러서는 법도 없고, 한번 정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지키시는 분"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하 감독 역시 올시즌 이종호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매경기 노련미가 가미되고 있다. 감독으로서 흡족하다. 이동국, 반 페르시 등의 비디오를 보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한다. 감독으로서 놀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전남 팬들은 이종호를 사랑한다. 유스 시절부터 이종호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해왔다. 광양전용구장엔 매경기 '광양루니 이종호 킬러본능을 보여줘'라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이종호 역시 프로의식이 몸에 배 있다. 팬들에 대한 애정이 같하다. 지난해 첫골, 5골을 터뜨린 후 팬들에게 치킨을 쐈다. 올시즌 초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K-리그 타이틀스폰서인 현대오일뱅크 '주유 인증샷'을 보내준 팬에게 영화관람권을 선물했다. 전북전에서 통산 10호골을 쏘아올린 후 고민이 시작됐다. 26일 수원과의 홈경기, 팬들을 위해 무슨 이벤트를 할까, 심사숙고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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