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8일 어버이날, 아들과 제자로부터 받은 선물은 달콤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은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전화하더니 전북매일FC의 장단점을 가르쳐줬다." K-리그 클래식 부천 FC 1995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신철(23)이 김 감독의 아들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해 부천에 입단한 김신철은 지난달 13일 전북매일FC를 직접 상대했다. FA컵 2라운드였다. 부천FC는 전북매일FC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직접 상대를 해봤으니 아버지보다 전북매일FC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다. 김 감독은 "신철이가 '전북매일FC선수들의 기동력이 좋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라고 했다'면서 몇 가지 정보를 줬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12일 열리는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를 위해 주전 선수들을 모두 뺐다. 그러나 아들의 정보가 도움이 됐던 것일까. 인천은 4대1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 감독에게 '아들의 정보가 도움이 됐나'라고 묻자 환한 웃음이 돌아왔다. "도움이 하나도 안됐다.(웃음). 그래도 열심히 뛰는 팀이었다. 프로선수들도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아들에 대한 고마움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김 감독이었다. 또 전북매일FC에 패해 32강행이 좌절된 아들의 복수를 아버지가 대신한 의미 깊은 승리였다.
프로팀이 FA컵에서 아마추어 팀을 만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다. 경기전 느꼈던 부담감은 희망과 함께 눈녹듯 사라졌다. 아들과 제자들이 준 뜻깊은 어버이날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